[국토일보 현장 25時]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공기 단축 강요 말아야
[국토일보 현장 25時]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공기 단축 강요 말아야
  • 국토일보
  • 승인 2022.07.22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명기 본보 안전전문기자/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공기단축 금지안전 관련 법령 위반소지 있어
정치가 기술에 관여하면 꼭 사고 발생한다
과학·기술적 산정된 적정공기 반드시 준수해야

최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새 정부 업무계획을 윤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안전분야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5년 내 OECD 수준의 안전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중대재해 감축 패러다임을 자율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주요추진 내용을 살펴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인 위험성평가 기반 자율 예방체계 구축과 맞춤형․스마트 기술지원 확대를 통하여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 확대 등 국민 주거안정지원, 출퇴근 불편해소, 신성장 동력 확충, 공공혁신에 대한 내용을 업무계획으로 보고하였지만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대책에 대한 내용은 제외되어 있어 안전전문가로서 안타까운 면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토교통부는 새정부 업무보고 뒤에 ‘22년 2분기 사망사고 발생 상위 100대 건설사 명단을 공개하면서 지난 1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형건설사 7개사와 관련 하도급사 6개에 대한 133개 현장을 불시 점검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벌점, 과태료 등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안전을 강조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하는 말로 웃프게도 건설현장의 안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챙겨도 모자라는 판에 대통령께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공기를 단축하여 GTX-A노선의 개통 일정을 앞당기라고 지시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오보이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런 지시가 있었다면 참으로 안타깝고 씁슬한 마음이다.

적정하게 산정된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인력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고 반대급부로 공사비는 증가하고 안전사고는 발생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물론 이러한 결정이 국민들의 출퇴근 불편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선택한 어쩔 수 없는 정책결정이었다고 할지라도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안전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9조(공사기간 단축 및 공법변경 금지) 제1항에서는 건설공사발주자 또는 건설공사 도급인은 설계도서 등에 따라 산정된 공사기간을 단축해서는 아니된다 라고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다. 만약 이를 위반 시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71조 제1항에 의거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 조문은 그 누구도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동안 대부분 발생한 안전사고는 빨리빨리 공사를 하다가 대형사고가 발생했기에 적정공기를 보장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문이다.

누군가는 빨리빨리 하면서 안전하게 공사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말은 약속장소에 빨리 안전하게 운전해서 오라는 말이나 빨리빨리 고기를 익혀서 내 식탁 위에 놓아주기를 바라는 말과 같다. 서두르다 보면 부실공사로 인해 품질불량이나 하자발생은 물론이거니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밖에는 없다.

어찌됐든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불시 점검하여 처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정작 공기를 단축하여 공사를 빨리 끝내라고 재촉을 하는 모양새는 영 볼썽 사나운 꼴이면서 사실상 안전관련 법령을 위반토록 강요하는 행위다.

강요는 해놓고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은 힘없는 시공사와 건설기술인들이 모두 뒤집어 쓸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안전사고를 예방을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으로 산정된 적정공기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는 없다.

건설기술인들은 그동안 이러한 사례를 수없이 많이 경험하였고 희생되어 왔다. 정치인들의 정치적 치적을 위해 정치가 기술에 관여하는 순간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되어 왔다. 더 이상 정치가 기술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기술은 그 분야 전문가인 건설기술인들에게 맡겨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