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불성설' 공정경쟁
[기자수첩] '어불성설' 공정경쟁
  • 김준현 기자
  • 승인 2021.05.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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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의 상호시장 진출이 본격화됐지만 예상대로 수주불균형 문제가 발생하며 잡음이 일고 있다.

종합건설업은 소규모 전문건설공사에 수월하게 진출하는 모습이지만, 전문건설업은 종합건설업의 등록기준을 맞추지 못해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러한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는지 최근 새로운 법안을 발의했다.

김윤덕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2023년까지 영세 전문건설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사예정금액 2억원 미만 전문공사를 원도급 받는 경우, 공사예정금액에 포함된 관급자재 금액과 부가가치세를 제외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이보다 핵심은 전문건설업이 10억원 미만 종합공사를 도급받기 쉽도록 등록기준을 조정한다는 제안이다.

전문건설업이 대업종화나 컨소시엄(공동도급)이 도입되기 전까진 종합건설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내홍을 겪었던 대한전문건설협회 입장에선 이러한 법안이 발의됐다는 것에 가뭄의 단비라는 평가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도 비난을 피하기 위한 눈 돌리기 비판도 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엔 종합건설업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혹여 법안이 통과되면 견실한 중견 전문건설업이 영세 종합건설업을 밀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종합과 전문의 등록기준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완화하는 것은 형평성을 크게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이렇듯 누군가의 입장을 고려하고 나면 또 반대편에선 새로운 불만을 제기하게 되는 법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 교수는 공정의 잣대라고 할 수 있는 ‘능력주의’조차 각자 태어난 환경이 달라 모순이라고 정리했다.

하물며 종합건설업과 전문업이 수행할 일이 다름에도, 국토부는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요구한다니 어불성설일 수밖에.

김윤덕의원실은 본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안 통과에 의지를 보이겠다고 천명했다. 관심을 보이지 않는 국토부와 종합건설업을 불러 간담회도 하겠다고 했는데 협의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종합과 전문이 태생에 맞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상생인 것 같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다. 국토부와 국회가 종합건설업과 전문업이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좀 더 나은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