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년 칼럼] 2백만 건설인 화 났다
[김광년 칼럼] 2백만 건설인 화 났다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1.11.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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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편집국장


지속적인 건설경기 침체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작금 건설산업계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하나, 둘 쓰러져가는 기업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이 시대 건설인들이 할 수 있는 전부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언제쯤 이 어려움이 풀릴 것이냐는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런 방법도, 선택의 여지도 없는 이 상황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 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나룻배 신세가 한국건설의 현주소다.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 雪上加霜도 유분수지...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도를 100억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밀어붙이자 그 동안 참고 참아 왔던 건설산업계가 기어코 폭발한 것이다.

과거 반세기 국가경제 발전의 선봉장으로서 기간산업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며 국민의 삶의 질 제고에 혼신을 바쳐 한국경제 성장의 진면목을 과시해 온 주인공이 곧 건설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에 대해 정부는 무조건 건설투자를 막고 그 예산을 빼 내 복지정책에 돌려 쓰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않고 있다.

특히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2백만 건설인들을 조롱하면서 ‘이제 건설은 필요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 여기저기서 서슴치 않고 튀어나오는 꼴이 비열하기까지 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최저가낙찰제가 훌륭한 제도로 인정받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적정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 예산절감이라는 키워드를 존중하고 가격보다 기술이 앞서는 건설문화 정립이 필요한 시점에무조건 수주하고 보자는 막가파식의 입찰제도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최저가는 이제 국내 시장에서는 없어져야 할 제도로 판명이 났다. 미래 장기적 차원에서 볼 때 정부 예산 절감은 커녕 오히려 낭비요소로 지적되고 있으며 百害無益한 제도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건설협회 등 24개 건설단체들은 공동으로 전국 언론매체에 호소문을 띄우며 2백만 건설인들은 최후의 담판을 하기 위한 비장한 각오로 벼랑길에 서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모두들 꺼려하는 산간벽지, 이국만리 해외현장 등에서 오로지 국익을 위한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선도적 역할을 다 해 온 건설산업을 죽이려 하면 안 된다.

전 인구의 20% 정도가 건설관련 산업과 직접 또는 간접적인 관련 일을 하며 먹고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민생활의 진~ 한 감동과 함께 온갖 喜怒哀樂을 안고 있는 건설산업을 외면하는 기획재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아무리 정치권에서 물밀듯이 안티 건설바람이 불어와도 소신과 원칙을 상실하고 있는 이 모습은 누구를 위한 정책이며 훗날 누구에게 뭐라 말할 것인가.

최저가제 100억이상 확대가 얼마나 위험한 장난인지 머지 않아 곧 나타날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큰 결정을 해야 할 때다.

건설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몰지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자들에게 감히 메시지를 던진다. 강조하건데 오늘 2백만 건설인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최저가제도 확대에 최후 통첩을 보내니 신중을 기해 현명한 정책 결정에 임해 주길 바란다.

서울시장이 바뀌었다고 서울시 건설 및 주택정책을 일시에 없던 걸로 한다는 것 역시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다.

‘사람은 바뀌어도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진리를 무시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고질병 중 하나다. 나라 전체 국민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한국병이다.

재삼 바라건데 원래 가지고 있던 건설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냉혹한 냉혈인간으로 변하게 하지 말자.

2백만 건설인이 화 나면 결국 피해자는 나다. 그것은 국가의 손실이며 국민 모두의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