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하면 넘친다
과하면 넘친다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9.06.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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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부동산시장이 놀아나고 있다.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강력한 규제가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전반전은 분양가 규제다. 정부는 6월 24일부로 서울, 과천 등 전국 34개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사업장 심사기준을 강화했다. 국내 유일의 분양보증기관인 HUG를 앞세워 분양가격을 통제(100~105%)한 것이다.

강화된 심사기준은 공공택지에나 적용할법한 ‘주변 분양가대비’, ‘주변시세 대비’로 요약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분양사업장에서 반경 1km 이내는 분양가 비교대상이지만, 2km는 대상이 아니다.

규제에 놀란 민간이 후분양을 택했다. 서울시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이달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HUG가 제시한 분양가와 민간의 분양가가 3.3㎡당 500만원 이상 차이를 보였다. 분양수익으로 보면 1천억원 이상으로, 적자가 예상된다.

HUG는 이 사업장의 ‘주변지역 분양가 기준’으로 지어진지 10년이 지난 구축아파트를 제시했다. 반면, 민간은 2km 거리의 2016년 분양단지와 비교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협의는 결론내지 못했고 사업자는 후분양을 선택했다. 후분양을 하면 수백억원대 금융비용이 발생하지만 “손해보는 사업을 할 수는 없지 않나”라는 입장이다.

민간사업에서는 분양가에 영향을 줄 다양한 변수가 생긴다. 사업의 추진기간이 길었다면 그만큼의 매몰비용이 발생하고, 주택을 고급화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반면, 정부의 규제에 맞추려면 새 집에 친환경자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장수명 설계도 해서는 안된다. 정비사업을 통해 살만한 집을 마련하고 싶은 주거기본권이 짓밟혔다.

민간의 혼란은 커져가고 있다. 서울시내 다수의 사업장이 후분양을 선택한 것.

강남 상아2차 재건축사업이 100% 후분양을 결정했으며, 과천주공 1단지도 후분양을 택했다. 신반포3차·신반포23차·반포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 강남 래미안 라클래시도 후분양으로 선회했다. 반포주공1·2·4주구, 둔촌주공, 방배13구역, 신반포4지구 등에서도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민간의 입장에서 후분양은 손해다. 금융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결국 분양가격이 높아질 여지가 생긴다. 계약률도 낮아진다.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구조적으로도 발코니 확장여부를 정한 뒤 시공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분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민간에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하는 후반전이 예고되고 있다. 뒷이야기로 나오던 정부의 엄포가 현실이 됐다.

정부는 후분양단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가격을 통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후분양 민간단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후분양을 해도 분양가 통제를 벗어날 수 없으니 무조건 분양가를 낮춰 사업하라는 가혹한 의도다.

이쯤 되면 정부의 의도에 의문이 생긴다. 과도한 규제로 풍선효과를 야기했고, 그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다시 규제라는 카드를 든 괴물은 아닐는지. 정부에 바란다. 민간을 고사시킬 게 아니라면, 이제 아집을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