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쟁, 그 본질은 무엇일까
세종시 논쟁, 그 본질은 무엇일까
  • 국토일보
  • 승인 2010.01.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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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이 인 제 의원(무소속/충남 논산.계룡.금산)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뜨거운 논쟁이 지축을 흔들고 있다. 나의 의견을 묻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딱 한마디로 대답하기가 어려워 침묵하고 있다. 가까운 친구들이 궁금해서 물을 때면 ‘세종시 문제니까 세종대왕의 지혜로 풀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주곤 한다.

사실 세종시 문제에 관하여는 이미 나의 의견을 지난 글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논쟁 과정에서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는 정치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정치권에서는 정치투쟁으로 몰고 가려 한다.

특히 눈앞에 지방선거가 있고 보니 야당들은 결사항전태세이고, 여당 안의 반대진영은 ‘신뢰론’을 앞세우며 미래권력을 강고히 하려 한다.

그래서 오늘 나는 세종시 논쟁의 본질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성계는 요동정벌을 위해 진군하던 군대를 되돌려 고려왕조를 타도하고 조선왕조를 열었다. 수단은 쿠데타였지만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혁명이었다. 그는 구왕조의 근거지인 개성을 떠나 한양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한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린 레닌도 구체제의 아성인 상페테르부르크를 버리고 모스크바로 수도를 옮겼다. 리비아의 풍운아 카다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쿠데타를 성공시킨 후 구 귀족세력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도를 뱅가지에서 트리폴리로 이전하게 된다.

이렇게 쿠데타나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새로운 지배계층은 구세력의 위협을 벗어나고 또 구세력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경우가 있다.

한편으로 나라 안의 세력균형을 위해 불가피하게 수도를 옮기는 경우를 본다.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의 세력균형에 대한 정치적 압력 때문에 북섬의 북쪽에 치우쳐 있던 오클랜드에서 남섬과 인접한 지역 웰링턴으로 수도를 옮겼다.

호주 또한 멜버른으로부터의 끈질긴 압력 때문에 수도를 시드니로부터 두 도시의 중간 지점인 캔버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광대한 대륙국가 브라질은 내륙개발을 위해 브라질리아를 건설하고 그곳으로 수도를 이전하였다.

 말레이시아는 지식클러스터인 MSC 중심부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이곳으로 정부 수뇌부를 이전하였다. 이렇게 국가비전을 위해 수도를 이전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 냉정한 현실 속에서 상식으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세종시는 어떤 문제일 것인가!

먼저 세종시는 그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와도 상관이 없다.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정책가치이지 정부부처 일부를 특정 지역에 이전하는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

물론 노무현의 혁명적 가치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종시 문제가 물러설 수 없는 정치이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세종시 문제를 놓고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를 위한 투쟁을 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다.

세종시는 현 단계에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여 추진하는 국책개발사업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국가장래에 도움이 되고, 지역발전에 이로울 것인가. 국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할 국가계획이 곧 세종시이다.

정부부처 일부를 옮기는 문제를 놓고 말해보자. 꼭 그렇게 해야만 세종시계획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면, 그리고 지금 단계에서 세종시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그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다짜고짜 무조건 이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세종시의 본질을 벗어난 일이다.

지금 발표된 정부의 안은 그저 안에 불과할 뿐이다. 더 또렷한 비전, 전략 그리고 구체적 수단을 제시하고 치열한 논쟁을 거쳐 우리 모두가 승리하는 결론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