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 헐값매각 우려..”원점서 재검토 해야”
또 다시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 헐값매각 우려..”원점서 재검토 해야”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7.12.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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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3위 초우량 건설사 대우건설의 매각이 난항이다. 애초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손실을 보더라도 팔겠다며 강한 매각 의지를 드러내고 대우건설이 올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매각 성사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저조한 흥행에 후보기업들의 인수가도 예상가를 턱없이 밑돌면서 매각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매각은 공적자금 회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헐값 매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 워크아웃과정서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비운을 겪었다. 캠코가 관리하던 대우건설은 2006년 6조4000억원대를 써낸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렸지만 인수된지 불과 3년여만인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또 다시 매물로 나와 산은으로 본적을 바꿨다.

그로부터 7년 뒤인 현재 산은은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전량 매각을 추진중이다.

올해 산은이 매각작업을 본격화할 때만해도 매각 성사 기대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빅배스(Big Bath)로 잠재부실을 대거 털어내 재무구조가 개선된 상황에서 분양시장 호황으로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더욱이 3조원대 오만 정유시설 공사, 1조원대 뭄바이 해상교 공사 등 초대형 수주도 잇따랐다. 이처럼 탄탄한 실적이 배경이 되면서 아람코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뚜껑이 열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애초 유력 후보로 지목됐던 아람코 불참 등으로 흥행 열기가 떨어진 데다 현재 후보군이 써낸 인수가도 산업은행의 희망가인 2조원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호반건설의 경우 본입찰가로 생각하는 금액이 1조2000억원으로 예비입찰가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인수의지가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M&A 업계에서는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급기야 매각 본입찰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 산업은행, 혈세 3조2천억 부은 대우건설 회생..졸속 매각으로 혈세 낭비 말아야

업계에서는 산은이 현상태로 매각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이 유상증자를 포함해 대우건설에 투입한 혈세는 3조2000억원대로, 만약 호반건설에 인수될 경우 산은이 입을 손실은 2조원에 달하게 된다.

국고로 돌아와야 할 혈세 역시 그만큼 줄게 된다. 졸속, 부실 매각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산은이 지난 4월 '출자사 시장가 매각'을 명문화하는 정관을 개정해 헐값 매각에 따른 법적인 책임은 피해갈 수 있다.

시장의 평가도 매각 무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매각작업이 본격화된 지난 9월 대우건설 주가는 7000~8000원대였지만 현재 5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일각에서는 현재 인수의지가 떨어지는 인수 후보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 있다. 과거 쌍용차를 인수한 뒤 ‘먹튀’ 논란이 야기된 상하이차그룹의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따라 시장에서는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 규제가 강화되고 바젤3 시행 등이 더해지면서 산은이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지만 초우량 건설사를 이렇게 헐값에 팔아치워서는 안된다”며 “지금이라도 매각을 철회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우건설의 역량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인수의지를 가진 우량기업을 찾는게 낫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졸속 매각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노조원을 대상으로 전면파업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를 13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