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초등생이 아버지 살려낸 재난교육의 힘
[제언]초등생이 아버지 살려낸 재난교육의 힘
  • 국토일보
  • 승인 2009.08.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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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열 국립방재교육연구원 기획협력과장

최근 우리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키워드는 당연히 ‘기후변화(Climatic Change)와 녹색성장(Green Growth)’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뜻을 물어보면 정확히 이해하고 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기후변화’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처음 발표된 이후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로 대표되고, 경제성장의 패턴을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하자는 개념인 ‘녹색성장’이라는 말은 Economist지(2000. 1. 27)에서 처음으로 언급, 매년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 포럼(Davos Forum)’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사실, 지난 수백 년간 세계경제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통신(IT)혁명을 통해 급속히 성장해 왔고, 지난해 9월에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계기로 ‘지구온난화 방지와 녹색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녹색성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를 계기로 촉발되었지만, 이면에는 그 간의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와 자원·지구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볼 수 있다. 즉,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재난 경감을 통해 우리 삶의 텃밭인 지구를 살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석이조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디딤돌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재난안전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녹색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행동의식 변화와 교육, 실천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재난이 발생할 때 마다 언론 등에서 도마에 오르는 것이 ‘인재’이니 ‘안전 불감증’이니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인재’라고 하면 1990년대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2000년대의 대구지하철 화재로서, 이는 소위 ‘회색성장(Gray Growth)’의 부산물로 볼 수 있다.

안전 불감증의 대명사가 된 ‘씨랜드 수련원 화재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반복되는 재난발생 사례에서 보듯이 제도적 장치는 물론, 기본적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재난안전교육’의 부재가 아닌가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5월 광주의 한 초등학생이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익힌 심폐소생술(CPR)로 심장마비로 쓰러진 아버지를 살려냈다는 미담은 평상 시 안전대처 요령 습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이렇듯 어릴 때부터 재난안전에 관한 기초 지식과 행동요령을 배우고 익히면 학습 효과도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을 타인의 일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대처하는 방법을 소홀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체계적이고 실천적인 ‘재난안전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 외에도, 이러한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흔치 않는다는 현실을 지적할 수 있다.

앞으로도, 주거 공간의 초고층화, 지하철·쇼핑몰 등 지하공간의 확대는 물론, 환경오염, 기상이변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대형재난 빈발 등 인적·자연적 위험 요인(Hazard)에 더욱 노출되기 때문에 우리는 ‘재난은 지혜를 발휘해서 타개해 나가면 다시 이익이 되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살려 재난안전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에, 국내 유일의 국가 재난안전 교육기관인 국립방재교육연구원도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미 ‘기후변화 대응 과정’을 개설·운영 중에 있고, 민간인이 참여하는 교육과정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체험실습과 이론교육을 병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2010~2014년 중·장기 발전 계획도 수립했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4대 발전 과제로는 △급변하는 국내외 재난환경 변화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실습위주의 실용적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편, △교육원 신축 이전에 맞게 실습 위주의 교육훈련시설 구축, 재난관리 기법의 개발 등 인적·물적 인프라 확충,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 건립에 맞춰 교육수요 확대 및 신규 교육훈련시설 확충에 대비한 효율적인 조직개편, △국가 방재전문교육기관으로서 범정부적 교육프로그램 개발·보급 및 국내?외 방재교육기관과의 공동체 구축 등 교류협력 강화 등이다.

한편 현장 체험교육의 중요성을 감안, 우리 원이 운영하고 있는 안전체험센터(safecenter.ndmi.go.kr)에서는 초등학생, 청소년, 학교안전지도교사 등을 대상으로 연간 약 2천명에 대해 지진, 전기·가스안전, 화재 연기, 완강기를 통한 비상탈출훈련 등 체험형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육 참가자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소방방재교육연구단지’가 건립되는 2014년 이후에는 선진 체험교육시설에서 맞춤형 재난안전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