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설산업 선진화의 산고
[사설] 건설산업 선진화의 산고
  • 국토일보
  • 승인 2009.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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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여의 산고(産苦) 끝에 2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건설산업 선진화방안’의 로드맵이 확정됐다.

 

이날 확정 발표된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은 건설산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낮은 생산성, 부패· 부조리 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해 건설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일종의 로드맵이다.


 이 방안은 크게 ▲건설규제 완화를 통한 건설산업 생산성 제고 ▲발주제도 개선에 의한 공공사업 효율성 향상 ▲설계· 엔지니어링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공정거래 질서 확립 및 투명성 제고 등을 핵심 줄기로 추진될 예정이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의 시각에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으나 객관적 입장을 취하는 전문가들의 경우 확정된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이 중간용역안과 최종보고서에 비해 업종간 갈등의 접점을 잘 용해시킨 진일보한 안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인 듯하다.
 다만 시공사의 설계겸용 허용은 여전히 갈등과 반발을 분출시킬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짙은 분위기다.

 

설계겸용 허용은 건설사가 건축사를 고용해 공동법인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첫 단추를 꿴 것이 그나마 고무적이지만 업종별 입장은 여전히 첨예하다. 진입장벽을 낮추자는 의도이지만 건설업계에선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반발하고 건축사업계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논란으로 꼽혀 온 업역문제는 영업범위를 폐지하되 발주기관의 재량 확대란 기조에 맞춰 건설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건설업종의 선택권을 발주처에 넘긴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건설산업의 생산성 제고를 겨냥,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역량이 뛰어난 업체를 제대로 평가하자는 취지인 듯싶다.

 

이렇게 되면 중소 전문건설사도 여러 공사가 섞인 복합공사를 직접 따낼 수 있는 등 이들 업체에 오히려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종합건설업체도 원도급 공사의 일부를 하도급 받아 직접 시공할 수 있어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요행에 의한 낙찰을 없애기 위해 최저가를 써낸 업체에 공사를 맡기되 입찰금액의 적정성을 심사하기로 한 것도 관심을 끈다. 그동안 덤핑입찰이 난무하면서 하도급업자에게 비용을 떠넘기고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만연했던 부조리를 근절시키려는 처방인 셈이다. 다시 말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는 낙찰 받을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턴키 및 대안입찰의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공사이행보증서 납부를 의무화하고, 뇌물수수와 입찰 담합 업체가 재차 규정을 위반할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시키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개괄해 보면 건설 공공공사의 발주 시스템에 일대 혁신적 메스가 가해진 격이다.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처럼 건설 산업의 변신과 혁신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부각된 화두였다. 그리고 그 지향점은 건설업계의 글로벌화로 각인되다시피 했다.

 

목전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국내시장에서 계속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아옹다옹할 상황이 아니라는 경종이 일찍부터 울려왔다는 뜻이다.


 이를 외면한 결과는 지금 국내 건설경기의 빈사상태를 자초하고 정부 및 가계라는 경제주체들로부터 불신의 표적이 되는, 그래서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메스를 가해야할 업종으로 내몰리는 막다른 길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선진화 방안의 각론에 지나치게 매달릴게 아니라 총론이 지향하는 큰 구도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자기혁신에 매진해야 할 때라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 미분양이 그렇게 심각해도 아직도 분양가 인하 등의 제살 깎는 데는 인색한 건설업계의 처신은 그래서 더욱 더 쇄신의 단련이 필요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은 이런 맥락에서 건설업계의 글로벌화를 위한 산고로 받아들여져야 마땅하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건설업체가 살아남자면 이 정도의 변화는 충분이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 진출 및 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으로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의 산고가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