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가을장마
[茶 한잔의 여유] 가을장마
  • 국토일보
  • 승인 2015.09.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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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前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가을장마

 
가을장마가 기다려진다. 지난해의 저수량 부족과 올봄의 오랜 가뭄으로 저장된 물이 바닥나면서 극심한 물 부족 사태를 겪었다. 더구나 여름 장마 때도 필요한 만큼의 비가 내리지 않아 보관 된 물의 량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란다.

유엔에서는 우리나라를 물 부족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우량은 1,300여 mm 정도로 우리가 사용할 용수로는 충분한 양이라 한다. 그러나 계절별로 골고루 오지 않고 장마철에 비가 집중되는데다 우리나라의 지형이 산악형태라서 내린 비가 빠른 속도로 바다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보관이 잘되지 않는다.

빗물저장시설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기존의 저수지나 다목적 댐, 논밭이나 산에 고이는 물, 그리고 나무가(그 중에서도 떡갈나무가 가장 많이) 머금고 있다가 배출하는 물 정도를 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4계절이라 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분류하지만, 봄과 여름 사이에 장마철이라 하여 5계절로 구분되는 우리나라의 계절은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일정하게 변하는데, 봄은 서쪽인 중국의 황하기단의 영향을 받게 되고, 여름은 남쪽인 북태평양기단의 영향을, 그리고 가을은 동해에 위치한 오흐츠크기단의 영향을 받게 되며 겨울은 북쪽시베리아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봄에 영향을 주는 중국의 황하기단은 세력(규모)이 약하다보니 한반도의 겨울을 지배하다가 물러갔던 차갑고 거대한 시베리아기단이 수시로 침입하여 꽃샘추위를 만들곤 한다.

그러나 시베리아기단은 일주일 간격으로 생성되기에 새로 시작되는 3일 간은 춥고 소멸되는 후반기의 4일 간은 따뜻해져 3한 4온이 만들어지며, 3한이 발생하는 초기에 잠깐 영향을 받기에 꽃샘추위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좋은 계절인 봄날과 가을날이 우리네 인생의 좋았던 시절처럼 짧기 만한 것은, 차갑고 강대한 시베리아 기단과 덥고 강력한 북태평양기단의 사이에, 약한 봄의 황하기단과 가을의 오흐츠크기단이 끼어있기 때문이다.

장마란 ‘긴(오랜) 비’를 뜻하며 아열대지방에선 몬순이라 부르며 중국에선 메이유, 일본에선 바이우로 불리지만 한자로는 梅雨라 하여 ‘매실이 열릴 무렵에 오는 비’ 라는 같은 뜻이다. 예년(지난 30년간의 평균)기준으로 통상 6월 23일 쯤 시작되는 우리나라의 장마는 보통 한 달여 간 계속돼 7월 20일 경에 끝이 난다.

장마철에 연간 강우량의 약 70% 이상이 집중되는데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나라이다 보니 장마철에도 국지적 호우가 많기 때문에 호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호우주의보를 발령한다.

호우주의보란 강우량이 1시간에 30mm 이상이거나, 12시간 동안 80mm 이상, 또는 1년에 내리는 량의 10% 이상이 하루에 내릴 것으로 예상될 때 기상청이 미리 주의를 주는 것이다.

물론 장마철 내내 비가 많이 오는 것만은 아니다. 마른장마라 하여 비의 양이 적은 경우도 많으며 오히려 장마가 끝난 뒤에 집중호우가 오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기상청에서는 혼돈을 방지한다는 의미로 몇 년 전부터 장마가 끝났다는 공식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

장마는 남쪽인 북태평양에서 더운 공기가 북쪽으로 올라와 북쪽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서로 세력을 다투는 것으로 두 세력의 세기에 따라 장마전선이 남쪽과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더운 날 유리컵에 찬물을 따라 놓으면 물방울이 맺히듯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는 곳에 비구름이 형성되어 마치 엄청나게 큰 저수지가 하늘에 매달려 있는 형국에서 비가 오게 되고, 두 세력이 밀고 밀리며 부딪치는 곳을 장마전선이라고 한다.

장마전선의 형태는 마치 우리의 휴전선처럼 들쭉날쭉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이렇게 불규칙한 다툼도 곧 승부가 난다. 사람이나 동물들 간의 싸움처럼 승자가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승자가 미리 결정되어 있다. 언제나처럼 북태평양의 더운 공기가 북쪽의 찬 공기를 저 멀리 북쪽 만주지방까지 밀어내면서 장마철은 끝이 나고 더위가 찾아온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더위가 물러나고 추워질 때쯤 가을장마가 찾아온다. 북쪽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남쪽의 더운 공기를 밀어내면서 여름장마의 역(逆)으로 가을장마가 시작된다.

‘가을비는 시아버지 수염 밑에서도 피할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그 영향이 강하지는 않지만, 일본에서는 쥬우린(秋霖·しゅうりん)으로 발음되는 가을장마 현상이 한반도보다 뚜렷이 나타난다.

‘가을비는 추위 몰고 온다’는 말이 있다. 조석으로 쌀쌀해진 것을 보니 가을장마는 오는 듯 가버린 것 같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