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 공동주택 과태료 특별대책위원장
[인터뷰] 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 공동주택 과태료 특별대책위원장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5.05.22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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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관리 과태료 부과 위탁관리업계에 떠넘기기 급급… 개선 시급하다”

모든 부담 위탁관리업계 전가… 중소업계 고사위기 협회차원 대응책 모색
주택관리협회 ‘특별대책위원회’ 발족… 국토부ㆍ서울시ㆍ지자체 등 제도 개선 건의

1개 단지 관리수수료 월 50만원 불과… 과태료 건당 200~300만원 수준
입주자대표단 법적 근거 ‘악용’… 관리업체에 ‘갑질’ 행사 다반사


노병용 공동주택 과태료 특별대책위원장.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사단법인 한국주택관리협회 ‘공동주택 과태료 특별대책위원회’가 최근 정식으로 발족됐다. 공동주택 부가세 과세 및 과태료 문제로 인해 위탁관리업계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노병용 한국주택관리협회 공동주택 과태료 특별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쟁점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사단법인 한국주택관리협회에서 공동주택 과태료 특별대책위원회를 발족하게 된 배경은.
▲ 협회 정기총회에서 회원사들이 공동주택 부가세 과세 문제와 과태료 문제로 인해 곤혹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부가세 문제는 법적인 근거에 있어 합리성은 있지만 현재의 제반 공동주택 관리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 과태료 문제는 부과의 법적인 근거부터 잘못돼 있고, 민간 분양아파트 관리에 있어 주민 입주자대표회의와 위탁관리회사와의 위·수탁 관리계약은 사인 간의 계약임에도 국토해양부 고시 고지의무를 관리회사에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협회 이사회를 통해 공동주택 과태료 특별대책위원회가 정식 발족됐다.
특별대책위원회는 회원사 관계자, 자문교수, 자문변호사 등으로 구성됐으며, 지자체가 국토부 장관 고시를 근거로 주택관리업체에 부과하는 과태료의 타당성에 대해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 과태료 부과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 주택법령상 관리업무의 의결권, 집행권, 감독권의 경계가 모호하다. 아파트에서 각종 공사 및 용역업자 선정 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음에도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입주자대표회의 및 감독 행위자인 지자체는 면책이 되고, ‘을’의 입장인 주택관리업체가 과태료 처분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 구체적인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면.
▲ 서울 A아파트는 수목에 대한 병해충 발생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소독업체 선정 시 수도권 업체로 지역제한을 하기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해 소독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는 공사·용역업체 선정 시 지역제한을 금지하고 있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근거로 A아파트를 위탁관리하고 있는 주택관리업체에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서울 B구는 C아파트가 경비용역업체 선정에 있어 사업자 선정지침을 위반해 과도하게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주택관리업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입찰참가자격제한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로 시행한 것이어서 사실상 주택관리업체만 피해를 본 사례다.
이 외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은 실질적인 결정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하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은 주택관리업체가 지고 있다는 모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 불합리한 사례가 상당한 것 같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나.
▲ 우리나라 공동주택은 900만가구를 넘어 전체 주거의 2/3를 차지할만큼 규모, 위치, 가격 등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그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실정과는 다소 거리가 먼 획일적인 국토부 장관지침을 통해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다. 심지어 이는 주민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갈등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회사와의 위수탁관리계약은 사인과 사인간의 계약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갑이고 관리회사는 을의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장관 고시의 준수여부를 을인 관리회사에게 묻는 것은 논리상 비약이자 주민의 권리를 중대하게 행정이 침해하는 것이다.

- 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 같다. 현황에 대해 말해달라.
▲ 우리나라 현실상 위탁관리회사가 1개 아파트 단지를 관리해서 받는 한 달 위탁관리수수료가 5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과태료는 1건에 200~300만원 수준이다. 당연히 관리회사 경영에 지대한 타격을 주고 있고, 법적 대응 시 변호사 비용 역시 과태료만큼 나오고 있다.

- 제도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나.
▲ 주택법 제43조에 의하면 공동주택 사업자 선정에 있어서 대통령령을 따르도록 위임하고 있는데 주택

 
법시행령 제55조에서는 이를 다시 국토부장관에게 포괄위임하고 있다. 결국 국토부장관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위임을 하고 있는데 이는 포괄위임 금지 원칙에 저촉된다고 본다.
또한 국토부장관 고시를 근거로 한 지자체의 감사에도 문제가 있다. 행정기구인 지자체에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이 집행되지 않은 일반 민간 분양아파트의 관리에 대해서 감사를 시행하는 경우, 주민의 요청이 있은 경우에 조심스럽게 실시돼야 함에도 마치 감사원에서 공공기관 감사하듯 포괄적이고 고압적인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 해외실정은 어떠한가.
▲ 사실상 해외에서는 이런 일을 상상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선진국일수록 개인의 사유재산권과 자율권이 존중돼 가는 추세다. 공동주택이라 할 지라도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구분소유법에 의거해 다수결에 의한 일부 소수의 권리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행정에서 소유주나 주민의 기본권 개입은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와 달리 주택관리에 대한 관심과 개념이 선진화돼 있어 많은 차이가 있다.

- 그러고보니 주택관리업계는 국토부 산하 협회도 딱히 없는 것 같다.
▲ 그렇다. 사실상 주택관리업계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가 부족하다. 더욱이 초기 몇몇 비리·부실업체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지도 덩달아 부정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주택관리업은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돼야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대로 된 주택관리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 공동주택 과태료 특별대책위원회의 향후 대응방안은.
▲ 국토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를 대상으로 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이미 수많은 과태료 건들이 부과되고 진행 중에 있어서 각 사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법적 대응중이나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면 위헌심판청구나 헌법소원을 할 예정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아파트 관리 관련 단체들과 논의해 공동으로 대응할 문제는 대응하겠다.

-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우리나라도 관리에 대해 신경을 쓰고 관련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한다.
현재 관리회사들은 수수료만 받는 ‘을’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책임만 가중되고 있다. 공동주택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서라도 현재 업계가 어떤 실정에 놓여있는지 한번이라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규나 제도가 오히려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업계 역시 위탁관리업체의 과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과태료 부과 없이도 투명하고 건전한 관리를 할 수 있는 공동주택 선진관리 시스템 구축을 꾸준히 논의해야할 것이다.
특별대책위원회 운영을 통해 아파트 위탁관리 문화의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경옥 기자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