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악어의 눈물
[茶 한잔의 여유] 악어의 눈물
  • 국토일보
  • 승인 2015.02.0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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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前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금연 다짐

 
일반인이 피우던 대부분의 담배 값이 오래 동안 2,500원 이었는데 갑자기 80%나 오른 4,500원이 되었다. KBS 티브이 시청료가 30년이 넘도록 2,500원으로 고정되어 있는 판에 담배 값이 사상 최대 폭으로 올랐다.

그렇더라도 한 갑에 8, 9천원 쯤 하는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담배 값은 많이 싸다. 담배 값의 대폭 인상이 미리 감지되었기에 오르기 전에 담배를 미리 구입하려는 시도들이 많았었다.

세수부족을 메우려는 목적이 있다는 세간의 불평이 많지만 정부에서는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실제로 금연의 계기가 된 건지, 아님 해 마다의 연례행사인지 새 해가 되면서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시도하고 있다.

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때로는 며칠 씩, 아주 가끔은 몇 달씩 담배를 끊어보았으나 금연에 계속 실패한 채 결국은 40년 간 담배를 피웠다.

하루 한 갑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40년이면 365×40=14,600, 약 1만4,600갑의 담배를 피운 것이다. 현재의 가격으로 계산을 해보니 14,600×4,500원=65,700,000원이 답배연기로 살아진 것이다.

그 40년 동안 언제나 담배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담배의 중독성은 마약보다 훨씬 강하다고 알려진 바처럼 도저히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담배를 피우는 모든 사람은 담배를 끊고 싶어 하지만, 금연성공의 확률은 불과 5% 이내라고 하니 결국은 담배를 배운 자체가 잘 못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담배가 처음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선시대에도 흡연은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그 당시는 담배가 기호품이자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어 어른은 물론 여자아이들까지 필 정도였다고 한다.

담배 예찬론자인 계곡 장유는 그의 저서 ‘계곡만필’에서 담배를 피울 때는 취한 사람은 술이 깨고, 배고픈 사람은 배가 부르게 된다며 담배의 장점에 대해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연암 박지원과 같은 학자는 흡연의 폐해를 주장하며 금연을 강조했다.

실학자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흡연의 장· 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도 하였다. 장점으로는 가래가 목에 걸려 떨어지지 않을 때와 속이 울렁거려 침이 흐를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지 못할 때, 추운 겨울에 찬 기운을 막을 때 흡연이 좋다고 했다. 단점으로는 정신에 해롭고, 머리카락이 희게 되고, 이가 빠져 노쇠해지고, 담배냄새로 친구들과 가까이 하지 못하며, 담배를 구하고 피우느라 시간과 재물을 소모한다고 적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인 흡연율은 약 23%(남자 40%, 여자 5%) 정도라는데, 다행인 것은 흡연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고3 남학생의 흡연율은 27%, 고3 여학생의 흡연율은 13%로 조사되고 있으며 담배를 처음 경험하는 나이가 초등학교 6학년쯤이라고 질병관리본부의 온라인 설문조사결과는 말하고 있다.

파리나 런던 같은 서구사회의 경우, 나이 먹은 남자들은 오래도록 피우던 담배를 끊을 수가 없어서, 젊은 여성들은 살을 빼기 위하여 흡연을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남자들은 담배를 많이 피우지 않는다.

직접흡연은 물론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금연조치를 더 강하게 해 나가는 추세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자꾸만 불편을 가하기 위해,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식당,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에서도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오죽하면 영어표현 방식에서도 어느 특정지역을 지정하여 말할 때 ‘스쿨 존’처럼 해당지역을 면적으로 표현하지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구역은 ‘스모킹 포인트’라 하여 면적이 아닌 하나의 점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흡연자들은 겨우 한 점밖에 안 되는 좁은 궁지로 몰린 셈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금연운동은 100여 년 전인 1907년에 있었다. 1,300만원(현 시세 3,300억 원 상당)의 국채 때문에 일제에 나라를 빼앗길 상황이 되자 대구의 서상돈 선생이 이천 만 동포가 한 달 담배 값 20전 씩 석 달만 모으면 국채를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채보상운동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금연운동이 벌어졌던 기록이 있다.

요즘은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현상은 하나 같이 피부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담배를 피울 때 마시는 니코틴은 말초혈관을 수축케 하여 산소와 영양의 공급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피부를 건조시켜 피부탄력을 잃고 혈색을 어둡고 칙칙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담배회사들이 ‘라이트’ 또는 ‘마일드’ 등으로 타이틀을 내걸며 순한 담배라는 이미지로 제품을 내놓지만, 이런 담배는 생리적으로 요구되는 니코틴 량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양의 담배를 피우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 순한 담배의 효과는 없다고 한다.

필자도 아주 어렵게 2년여 동안 금연에 성공하고 있다. 년 초에 새로 금연을 시도했던 애연가들, 혹시라도 실패하였다면 구정을 기하여 다시 도전하여 금연다짐이 꼭 성공하기를,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