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할시공제, 과연 시의성 있는가
직할시공제, 과연 시의성 있는가
  • 국토일보
  • 승인 2008.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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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주도로 기획되고 추진되려던 ‘직할시공제’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따라서 연내 도입은 물 건너간 형국이나 다름없게 됐다. 역시 걸림돌은 이해관계의 대립이다. 정부와 전문건설업계가 이 제도의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일반건설업체에선 극렬 반대하는 입장이다.


 물론 양측은 나름대로 명쾌한 논리로 그 타당성을 강변한다. 긍정적 입장인 정부와 전문건설업체들에선 주택공사비 절감과 주택분양가 인하를 내세운다. 그러나 일반건설업계는 건설원가 절감효과의 불확실성 속에 민간기업의 수주물량만 감소시키는 악재로 받아들인다. 일견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정도로 입장차이가 극명하다.


 그러나 제3자적 입장에 있는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이 제도의 도입에 우려를 표명하고 도입에 신중을 기하도록 촉구하는 분위기는 분명 주목해야할 일이다. 뿐만 아니라 건설산업 전반에 존망의 위기감이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업계의 이해대립과 반목을 야기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 하는 시의성에서도 부정적인 기류는 짙다.


 우선 ‘직할시공제’를 강행할 경우 중견 일반건설업체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실상이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시공능력 70~80위권에 속한 지방 건설업체들의 경우 대한주택공사로부터 수주하는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에 가까운 실정이다. 이런 맥락임에도 주태공사가 직접 나서는 ‘직할시공제’를 추진한다면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중견 일반건설업체들을 집단적으로 사지(死地)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직할시공제’란 이름을 빌려 공기업(대한주택공사)의 역할을 오히려 확대시켜 일반 민간건설업체들이 담당했던 몫을 직접 챙기려는 의도나 다름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원가절감을 표방하지만 이것은 민간기업보다 효율적일 때만 가능한 것이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것도 결국은 공기업이란 조직의 경직성과 효율화에 대한 유인부족을 해소하려는데 있음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민간기업보다 비효율적임이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직할시공제’를 실시할 경우 공급가격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구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암묵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공급비용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사실 냉정히 따져들면 ‘직할시공제’는 현 정부의 공약사항인 공기업의 효율성 제고와도 어울리지 않는 돌연변이로도 해석될 수 있다. 주거안정, 분양가 인하, 공사비 절감, 등의 포장을 아무리 씌워도 의혹은 발주자인 공기업의 역할 확대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공공부문 경쟁력을 먼저 갖추고 또한 건설부문의 전문성과 경쟁력이 충분하다면 아예 건설회사를 설립, 시장에서 정정당당한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현재의 일반건설기업들을 공사비 증가 요소로 평가하고 ‘직할시공’이라는 이름으로 배제하려는 시도들은 업종 및 업역 간의 불필요한 소모전만 증폭시킬 뿐이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또한 이러한 역할 재분배 과정에 ‘종합건설업 대 건설사업관리(CM)기업’이라는 구도를 형성하는 것도 각자가 지닌 특성과 역할, 리스크 감당 능력 및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평가해야 마땅하며 공사비 측면만을 부각해 접근하는 것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기도 하다.


 건설기업과 CM기업은 글로벌 경쟁력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건설생산과정에서 상호 협력하고 견제해야 할 협력자이지 결코 국내 시장의 파이를 다투는 입장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의미인 셈이다.


 건설 규제와 제도 등 정부에 의한 일련의 개입으로 시장을 분할하고 보호하려는 접근은 이제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건설정책의 미래 전략과 방향에 부응하는 청사진들을 부단히 제시하고 수렴하는 자세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