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고침단명(高枕短命)
[茶 한잔의 여유] 고침단명(高枕短命)
  • 국토일보
  • 승인 2013.10.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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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고침단명(高枕短命)

 
‘고침단명’이란 베개를 높이 베면 일찍 죽는다는 뜻이니, 오래 살려면 베개를 낮게 베어야 한다. 오늘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동물처럼 네 발이 아닌 두 발로 걸을 수 있어서라고 한다. 두 발로 걷다 보니 걸으면서도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머리가 신체의 맨 위에 높이 있다 보니 멀리 볼 수 있고, 동물처럼 수평으로 있지 않아 머리에 부담이 없어 머리통이 커지고, 뇌가 커져서 두뇌가 발달되었기 때문이란다.

이렇듯 머리가 위에 있어 서서 걷는 것이 매우 좋은 일이지만 또한 불편한 일도 있다. 우리들 머리의 무게는 대충 6~8kg이라고 하는데, 맨 위에 있는 머리야 좋겠지만 그 무거운 머리를 평생 모셔야 하는 목뼈나 척추에는 부담으로 남는다.

하루 수면시간을 8시간이라 하면 75세 수명을 기준으로 평생 25년을 잠자리에서 있게 되는데, 사람마다 습관에 따라 단단한 베개, 높은 베개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다보니 툇침이라는 나무토막으로 된 베개와, 때론 차가운 다듬돌을 배고 자다 피가 통하지 않아 입이 돌아가기도 했다.

옛날 장기를 두던 사돈끼리 베개를 베고 누워 쉬게 되면서, 한 영감은 낮은 베개를 베고, 다른 한 영감은 높은 베개를 베었다는데, 그들이 한참 코를 골며 자고 있을 때 나가 놀던 손자 녀석 들이 할아버지를 부르며 달려들었다는데, 할아버지를 불러도 대답이 없자 마구 덤벼들어 목을 타고 앉았는데 베개를 높이 벤 영감은 목뼈가 끊어지면서 죽었고, 이를 본 사람들은 “베개만 높이 베지 않았었던들 죽기까지 했겠나.”라고 하며 안타까워했고, 이로 부터 ‘고침단명’이라는 속담이 생겼다는 말도 전해진다.

인류의 역사를 보통 70만년쯤으로 보고 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낮은 베개를 많이 이용하는지, 현재 한국인의 수명은 자꾸 늘어 남성기준 보통 75세 정도라 하며 앞으로 자꾸 늘어 가는 상황이지만, 오래 전(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엔 아주 오래 살았던 때도 있는 것 같다.

성서(구약)를 통해 보면, 우리가 식당에서 흔히 보는 액자에 “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결과는 창대하리라.”라고 하는 ‘욥기’의 ‘욥’은 750세 정도 까지 살았으며, 성서에 나오는 인물 중에 가장 장수한 ‘무드셀라’는 900살을 넘게 살았다고 적혀 있다.

그나마 그건 서양의 얘기이고 동양에선 ‘삼천갑자(三天甲子)동박삭’ 이라는 장수(長壽)인이 있었다. 삼천갑자라 하면 삼천년을 살았다는 말과, 갑자년이 60년 만에 돌아오니 3,000× 60=180,000년(18만년)을 살았다고도 하고, 혹자는 삼천을 三遷이라 하여 갑자년이 세 번 바뀌어 180살 까지라고도 한다. 암튼 오래 산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그가 장수를 한 원인은 우리 보다는 베개를 아주 낮게 베었다는 것이다.

그는 저승사자가 잡으러 오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변장을 하고 피해 다녀 잡아갈 수가 없었는데, 하루는 그를 잡아 가려고 저승사자가 마을에 와서 냇가에서 숯을 씻었다. 동박삭이가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숯이 검어서 깨끗해지라고 씻는다고 할 때 ‘속까지 검은 숯을 씻어본들 깨끗해지겠나.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너희들 같은 넘은 처음 본다.’고 해서 그를 알아보고 그 자리서 체포했다고 한다.

사실 동방삭은 숯 사건으로 저승사자에게 잡혀 간 걸 떠나 더 오래 살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종이 석 장을 베고 잠을 잤는데, 그가 죽은 뒤 “고침단명이니 나처럼 종이 한 장만 베고 자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했는데도, 종이를 석 장이나 베고 자더니 단명을 했다.”고 그의 누나가 탄식을 했다고 한다.

베개 두께도 그렇지만 언제나 머리를 이고 다녀야 하는 직립인간은 장점이 많은 대신에 그 반작용을 감내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척추와 경추(목뼈)는 같은 축의 하나로 보는데, 젊어서 신체가 유연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세월의 무게를 느낄 때쯤이면 인체의 중심축인 허리와 목뼈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사실 매사는 습관이다. 보통 남자는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는데 왼손잡이는 오른 쪽 뒷주머니에, 오른손잡이는 왼쪽 뒷주머니에 넣는다. 지갑을 꺼내서 자기에게 편리한 쪽 손으로 돈을 세는 등의 섬세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이다.

사실 지갑의 무게는 얼마 되지 않지만 평생을 한쪽 주머니로만 넣고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골격이 변해 기울어진다. 여자들의 핸드백도 마찬가지다. 매번 매는 쪽에만 맨다.

사무실에서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도, 책상의 정면이 아닌 약간 왼쪽에 놓고 삐딱하게 앉아 6~8kg이 넘는 머리를 숙인 채 몇 시간씩 보내게 되며, 차를 마시거나 텔레비전, 신문을 볼 때도 소파에 대충 기대서 발을 한 쪽 올려놓고 비스듬한 자세를 취해 무리를 부르고 있다

세상의 이치는 형평이다. 바람도 형평을 맞추기 위해 공기압이 낮은 곳으로 불게 되며 그 세기는 공기압의 차이에 따라 세어진다. 무거운 머리가 목과 척추 축을 짓누르는 것을 거꾸로 늘려 주면 형평이 맞는다.

필자의 경우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힘을 완전히 뺀 채, 침대 모서리에 어깨를 맞추고 목을 천천히 침대 밖으로 늘어뜨리길 계속한다. 앞, 뒤, 옆으로 방향을 바꾸며 한동안 지속하면 온갖 무리가 사라진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바른 자세,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은 자세가 유지되는 잠자리에서의 올바른 자세가 요구됨을 ‘고침단명’을 통해 다시 생각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