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잇단 대형 참사, 대책 없나
[전문기자리뷰] 잇단 대형 참사, 대책 없나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5.04.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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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터널공사 현장에서 땅이 푹 꺼지고, 고속도로 위 다리가 무너지고, 고층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진다.

대형 공사에서 반복되는 인재는 우연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전보다 공사기간, 성과와 이윤이 우선되는 건설현장이 존재한다.

올 상반기만 해도 신안산선 5-2공구 현장 사고를 비롯해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붕괴 사고 등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잦은 대형 참사로 건설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이 곱지 않다.

건설현장에서의 크고 작은 사고는 업의 특성 상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사정이다.

하지만 건설현장은 많은 인력이 움직이며 현장 주변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100% 안전 시공을 해야 한다. 건설업의 숙명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한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시공 상 실수 보다는 총체적 안전관리 실패의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공사 기간을 앞당기려던 무리한 시공, 외주업체에 떠넘긴 현장 안전 관리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사고가 낯설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부각된다.

하도급에 하도급을 거치며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고, 책임은 서로 떠넘겨지며, 사고 이후에는 ‘유감’과 ‘재발 방지’라는 뻔한 수사만 반복된다.

“예고된 사고였다.” 이 말은 현장 관계자들의 입에서 반복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나 책임 추적은 이뤄지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처벌을 받은 원청은 손에 꼽는다. 정부의 조사, 건설사의 반성, 법적 처벌 모두 결국 ‘일시적 대책’에 그친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고, 예산을 초과하면 경영진이 책임을 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안전비’다. 수천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수십만원짜리 안전 장비 하나 아끼려다 결국 수억원의 인명 피해를 부르는 격이다.

책임 없는 사과와 뒷북 대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대형 건설사업에서, 진정한 변화는 사고 ‘이전’에 시작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재발 방지’가 아니라, ‘재발 불가’ 시스템이다.

이경옥 기자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