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이 보유하던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저가로 매각한 것과 관련해, 박기덕 대표와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최윤범 회장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절차를 조만간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정당한 프리미엄을 받아야 할 주식을 헐값에 처분함으로써 고려아연과 주주들에게 큰 재산적 손해를 끼쳤다"며 "최윤범 회장은 이를 알면서도 당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화 계열사의 지지를 얻고자 배임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당시 ㈜한화 지분을 주당 2만7,950원에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한화에너지에 넘겼다. 이는 2년 전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매입한 가격보다 3% 낮아 명목상 약 49억 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그러나 4개월 전 한화에너지가 동일한 주식을 주당 3만 원에 공개매수했던 점을 고려하면, 만약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에 응했다면 약 110억 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기회손실(Opportunity Loss)이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승계를 위해 중요한 주식을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확보했지만, 고려아연은 정반대로 가치 있는 자산을 손해 보고 처분한 셈이다.
더욱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영풍·MBK로 넘어갈 경우 한화 계열사가 ㈜한화 지분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한화에너지는 프리미엄을 지불할 이유가 충분했음에도 헐값에 주식을 인수한 셈이다.
이 거래로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14.9%에서 22.16%로 상승했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화그룹 대주주의 ㈜한화 지분율은 55.83%로 과반을 넘어섰다. 이는 한화그룹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졌다.
거래 시점 역시 의혹을 받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 직후 한화오션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상승했다. ㈜한화는 방산 계열사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어 주가 상승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2025년 3월 4일 종가 기준 ㈜한화 주가는 4만4,550원으로 고려아연이 한화에너지에 매각한 가격보다 약 60% 상승했다. 만약 고려아연이 현재 가격에 주식을 매도했다면 약 930억 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헐값 매각으로 이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다. 이는 한화와의 3년 의무보유약정만 유지했어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었다.
최윤범 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대규모 금융 차입으로 인한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 회장이 개인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 원이 넘는 고금리 차입을 감수하며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단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재무적 부담 해소를 위한 주식 매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한화 주식 매각은 1,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규모 자산 처분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특히, 취득할 때는 이사회 결의를 했음에도 처분할 때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