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기자일을 하게 되면 질문을 많이 한다. 자신이 맡고 있는 출입처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약속을 해 직접 만나기도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전화로 이것저것 묻는다. 알고 싶은 내용을 잘 알고 싶기에, 기자들은 때론 취재원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도 노력한다.
공공기관은 홍보실(또는 팀, 국, 최근 ESG 상생협력처 등)을 통해 추진하는 사업이나 잘한 일 등등을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제공한다. 지난 몇 년 간 코로나 19로 인해 직접 대면이 제약됐던 상황이 많아 보도자료는 기자들의 기사 작성을 위한 매우 중요한 소스였다.
보도자료는 일종의 '홍보물'이다. 어떤 공공기관이나 기업도 자신이 잘못한 일이나 숨기고 싶은 내용을 미리 공개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자들이 출입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어쩌면 매우 간단하다. 그들이 알리고 싶은 내용만 '보도자료'에 충실히 근거해 기사를 작성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연락을 주고 받거나 만날 필요성도 줄어든다. 가장 알리고 싶은 내용은 이미 자료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도자료 그대로만 뉴스를 싣는 일은 언론의 충실한 자세는 아닐 것이다.
근래는 에너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에게는 매우 바쁜 시기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실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A, B, C, D, E 등급에 따라 기관장이 경고를 받기도 하고 성과급과 기관 운영에 필요한 경상경비가 삭감되기도 한다. 때문에 각 기관들은 좀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바짝 긴장하는 시기다.
장황한 서론은, 일부 에너지 가스 기술 공기업의 잘못된 홍보 태도를 지적하기 위해서다. 국내 천연가스 설비 책임 정비 및 안전 관리, LNG 저장탱크 설계 등 엔지니어링 사업,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 가스 기술업을 영위하는 해당 공사 경영협력부는 약 두 달 전 보도자료를 잘못 전송했다. 늦은 저녁 시간 경영협력부 부장(이하 홍보부장)이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이미 기사는 송고됐지만, 홍보업무에 몰두하는 담당자가 안쓰럽기도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생각에 패널티를 감수하고 기사를 삭제했다.
최근 경평을 앞두고 기자들은 공공기관들이 이에 대해 준비를 잘하고 있는 지, 혹은 미리 보도할 것이 있는 지를 알기 위해 출입처에 연락해 묻는다. 기자도 해당 공사에 여러가지 사항을 묻기 위해 홍보부장에게 여러번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다. 콜백을 요청하는 문자도 남겼지만 무소식이었다.
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속담이다. 옳고 그름과 관계 없이 자기 비위에 맞으면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싫어함을 뜻하는 말이다. 세간에서 선거 전후, 정치인들의 바뀌어 버린 행태를 비난하기 위해 많이 쓰이기도 한다.
잘못된 보도자료 삭제 요청을 위해선 밤낮 가리지 않고 재빠르게 대처하는 것은 홍보실의 업무다. 또한 언론의 문의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도 그들의 업무 중 하나다.
새로운 소식(NEWS)은 이들이 알리고 싶어하는 일보다는, 어쩌면 감추려고 하는 사건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기자일도 사람이 하는 '짓'이라 서로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안쓰러운 점은 이 공사는 지난해 경평에서 C등급을 받았다. D, E가 아니어서 위안을 삼았는 지는 모른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책임경영 자문그룹을 출범하고 사장이 올해 제2의 창업을 선포하며 지속 혁신을 강조하는 마당에서, 이 같은 대처로 올해 어떤 경평 성적표를 받게될 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