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날 특집] 해상풍력, 세계시장 ‘대세’ 불구 국내선 ‘지지부진’
[건설의날 특집] 해상풍력, 세계시장 ‘대세’ 불구 국내선 ‘지지부진’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2.06.1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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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맞아 탄소중립 경제 성장 핵심 동력
국내 지자체, 수수방관 속 협조 없어 ‘제자리걸음’
유럽·일본·대만 등 선진국 해상풍력 지원정책 ‘잰걸음’

부산 청사포 앞바다에서 추진되고 있는 40MW 규모 해상풍력단지 조감도.
부산 청사포 앞바다에서 추진되고 있는 40MW 규모 해상풍력단지 조감도.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조화를 이루는 안정적인 에너지 믹스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현재 설정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별도의 조정 없이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는 풍력산업 고도화와 수소산업 육성 등의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 국정과제도 담겼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일명 ‘원스톱샵 법안’으로 불리는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해 5월 처음 국회에 제안된 이 법안은 사전조사와 인허가를 일괄 처리하는 ‘원스톱샵(One-Stop Shop)’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풍력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사회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없이는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경제 성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설비용량이 큰 해상풍력 같은 경우, 사업의 속도 조절은 있을지언정 원점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을 100%로 확대하자는 RE100이 글로벌 기업들 사이 대세가 되고 있으며, 국내 가입 기업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재생에너지사업 무기 표류···‘민원’ 핑계만

중앙 행정부와 입법부가 국내 재생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는 것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장기간 답보 상태에 빠진 해상풍력 사업이 다수 존재한다. 지자체는 재생에너지 사업 개발의 실질적인 명운을 결정하는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지만, 대부분이 주민수용성 미확보를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해운대 청사포 해상풍력 사업은 9년째 진척이 없어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부산 해운대 청사포 해상에서 추진되는 설비용량 40MW 규모의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2013년 개발이 시작된 이후 수 차례 어촌계 등 직접 이해관계자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간담회 등을 열어왔다. 수년간 주민수용성 확보와 의견 수렴을 위해 적극 노력한 끝에 2017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다.

청사포 해상풍력은 실제 전력 소비 지역 인근에 건설되는 중·소규모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이다. 따라서 지역 에너지 자립을 위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의 물꼬를 트고, 부산시의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역 재생에너지 업계의 기대와는 다르게, 청사포 해상풍력은 발전사업 허가의 기한이 지난해 말 새롭게 갱신될 때까지도 표류하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해운대구청이 사업 설계의 핵심인 시추 허가 신청에 대한 판단을 무기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 새정부 에너지 믹스, 지자체 협조 없인 ‘공염불’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협조가 재생에너지 사업의 순항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입을 모아 역설한다. 특히 인·허가 절차의 핵심을 차지하는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개발 주체와 주민들 간의 소통을 돕고 의견을 조율하는 지자체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전라남도는 해상풍력과 재생에너지 사업에 협조적인 지자체로 평가된다. 도내 해상에서 계획용량 30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전남도는 이달 초, 한국에너지공단과 함께 시군 공무원과 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해상풍력 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지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선 담당자들 간 공감대를 형성해 해상풍력 사업의 원활하고 효과적인 추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전남도는 현재 해상풍력 사업이 초기단계인 만큼, 이해관계자인 어업인과 지역주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찾아가는 설명회도 추진한다. 최근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신규 발굴과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확대하기 위한 설명회를 열었으며, 지난해에는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한 ‘해상풍력 주민참여모델 개발 연구용역’을 완료하기도 했다.

울산광역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세계 최대 9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들과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투자, 개발을 논의해왔으며, 현재는 상당수의 사업들이 발전사업 허가를 획득해 본격적인 개발을 향한 다음 단계인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울산시는 사업 개발 단계에서 투자사들이 어업인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월하게 수렴할 수 있도록 민·관협의회 구성을 준비 중이다. 또한 지난 2월 울산시청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해상풍력 TF 제3차 회의에서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대상의 확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울산 이전, 배타적 경제수역 공유수면 점용료·사용료의 지자체 50% 할당, 부유식 해상풍력 배후항만 조성을 위한 항만기본계획 변경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앞바다에 위치한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
덴마크 코펜하겐 앞바다에 위치한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

■ 해외 선두주자 유럽···일본·대만도 광폭 행보

해상풍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의 흐름 속에서 중심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는 2021 세계 해상풍력 보고서를 통해 2020년 기준 전세계 해상풍력 설치규모는 35GW이며, 향후 10년간 235GW의 새로운 해상풍력 설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처럼 세계 각국은 해상풍력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 및 예산 마련 등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유럽연합(EU)은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및 유럽 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을 제정해 2050 탄소중립을 법제화하고, 실행 내용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50년까지 300GW 규모의 유럽 연안 해상풍력 추진을 통해 전체 전력 공급의 30%를 해상풍력으로 채우겠다는 EU 해양재생에너지 전략(EU Strategy on Offshore Renewable Energy)을 수립하기도 했다.

유럽의 대표 재생에너지 선도국가 독일은 재생에너지법(EEG), 해상풍력에너지법(WindSeeG) 등의 재생에너지에 관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 체제를 바탕으로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입찰 시스템을 정부가 입찰 구역을 제시하고, 기업이 정해진 구역에 한해 입찰을 신청하는 방식의 일원화된 중앙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일재건은행(KfW)은 ‘해상풍력 에너지’라는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독일 북해 또는 발트해에 투자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개별 당 최대 50억 유로, 최장 만기 20년 한도 내에 대출이 가능하도록 자금 조달 지원책을 마련해두기도 했다.

2021년 기준 독일은 전체 전력 생산량의 40.9%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했고, 전력 소비에서는 재생에너지원의 비중이 42%였다. 올해 4월에는 2030년까지 총 전력 소비 비중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내용의 해상풍력에너지 법 등의 주요 에너지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풍력발전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 및 관련 규제 완화를 목표로, 해상풍력의 경우 2030년까지 발전설비 30GW 달성을 목표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신규시설 건축승인 규제 간소화와 공공 풍력 발전 공모 투자자 차액계약제도(CfD) 옵션 제공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민에너지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도 강화한다.

일본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해상풍력을 발전효율이 높은 차기 주력 에너지원으로 주목하고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20년 12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 성장 전략’을 수립해 14개 중점 산업 분야 중 해상풍력과 관련, 2030년까지 10GW, 2040년까지 30~45GW 발전 규모 달성이라는 시장 목표를 세웠다.

‘해상풍력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회’를 통해 일본풍력발전협회 등과 ‘해상풍력산업비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본 내 해상풍력산업 서플라이 체인 기반 마련을 위한 투자 촉진 보조금 제도 도입 등의 투자 지원정책의 내용과 관련 부처 간의 심사체계를 통일하는 등의 심사절차 간소화 추진의 내용을 마련해 산업 진입장벽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상풍력 확대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해역이용법’을 수립하고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가능한 촉진 구역을 선정하는 매커니즘도 마련했다. 촉진 구역, 유망 구역(촉진 구역 지정이 예상되는 구체적 검토를 시행 중인 지역), 준비 진행 구역(일정한 준비단계로 진입한 지역)을 지정하는 방식이며, 촉진 구역 선정 단계에서부터 지역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한 사업 추진을 의무화했다. 해상풍력사업자는 촉진 구역에서 공모 방식으로 선정되면 최대 30년간 장기간 점용 허가를 담보할 수 있어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대만의 경우에는 2016년 출범한 차이잉원 정부의 ‘2025 에너지전환’ 정책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울 것을 목표로 풍력발전 설비용량을 약 6.9G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 중 해상풍력 목표를 전체 풍력발전의 80%가 넘는 5.7GW로 설정, 해상풍력에 무게를 두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60~70%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에너지에 2,107억 대만 달러(약 9조1,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방안으로 대만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복잡한 인허가 및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는 ‘싱글윈도우(원스톱샵)’를 마련했다. 대만 경제부 에너지국(MOEA)이 재생에너지 사업 단일 창구로 기능해 사업 진행 과정을 추적하고 부처 간의 인·허가를 통합적으로 처리한다. 이 제도를 바탕으로 2017년에 계획한 5.5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이 3년만인 2021년에 착공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