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에 집중하자
물량에 집중하자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1.05.14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리뷰]

아파트 미분양이 역대 최저 수준이다.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월간 미분양 현황은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갱신하고 있다. 청정지역이지만 비인기지역인 양평과 가평에서 계약이 속속 완료됐고, 포항과 경주는 지진 이슈를 털어냈다. 공급과잉에 주춤했던 창원에서도 완판 소식이 전해졌다.

핵심 수도권은 더할 나위 없이 뜨겁다. 최근 동탄역 인근의 한 분양단지는 1순위 청약에 무려 24만명이 몰렸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9억원 저렴한 추첨 물량이다. 1주택자도 주택처분을 조건으로 청약이 가능하자 전매제한 10년, 의무거주기간 5년이라는 제약에도 ‘일단 넣고 보자’며 몰렸다. 향후 이만한 입지에서 추가적인 분양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쏠림에 한 몫 했다.

업계는 역대급 특수를 누리기 위해 분주하다. 정비사업과 민간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주택부문 인력을 늘리며, 다소 공격적인 사업수주를 감행하고 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단순 시공이 아닌 자사의 고급브랜드를 사용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과 같이 시행사(조합)의 의견(조건)을 받아주는 시기가 없었다.”며, “이미 시공사가 선정된 사업장에서도 조합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시공사 변경을 모색하는 작태도 종종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5월초 기준으로 자사의 미분양이 제로를 달성했다. 시장의 분위기가 좋지만 미리 사업지를 확보해두지 못해 대박장을 구경만 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공택지 입찰경쟁도 용광로처럼 뜨겁다. 최근 진행된 군산신역세권 공동주택용지 B2블록 입찰에 250개 업체가 몰린 것. 이 지역은 B2블록을 끝으로 택지공급이 마무리된다. 후속물량이 없어 한층 열기가 뜨거웠으며, 곧이어 나올 영종, 검단, 동탄2의 택지공급에서도 혈전이 예상된다.

최근 500여 건설사가 전망한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가 100을 넘었다. 주택사업 경기가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서울은 116.6으로 급등하며 정비사업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머금었다. 전문가들도 분양성수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열기를 진정시킬 키워드 ‘신규택지’다. 그러나 파급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3기 신도시에서의 민간분양이 40%에 불과하다. 목마른 수요에 부응하기에는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은 서울·수도권에 ‘교통이 편리하고, 시세보다 싼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본을 망각하고 공공의 대의명분(공공임대·공공분양)을 충족시키기 위해 급급하다. 결국 총 공급량을 분산하는 치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마저도 차일피일 미뤄져 시장에 미치는 약발은 떨어져만 간다.

작금, 규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치열한 청약경쟁에 미분양이 줄어드는 현실을 보자. 대통령도 두 손 든 부동산문제를 풀라치면, 절대적인 공급량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