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일보 현장 25時] 서현동 110번지와 맹꽁이
[국토일보 현장 25時] 서현동 110번지와 맹꽁이
  • 국토일보
  • 승인 2021.02.17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석 건축부문 전문기자 / 건축사 / (주)이가ACM건축사사무소 사장
이 종 석 사장
이 종 석 사장

맹꽁이는 현재 멸종위기로 지정돼 보호를 받아야 하는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국토가 개발되는 분위기에 밀려 경기도와 경상남도 일부에서 서식한다.

‘맹꽁이’를 일부 사람들에게 별명이나 호칭으로 붙이는 경우가 있다. 꽉막힌듯하고 답답한 성격이라면 한 두번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어쩌면 어원이 ‘맹하다’와 ‘꽁하다’를 합성했다면 쉽게 이해갈 수도 있다.

사실 그렇다. 맹꽁이는 습한 지역에서 서식하는데 비슷하게 생긴 개구리처럼 낮에 뛰어놀기보다는 주로 땅속에서 생활하다가 밤에는 땅위로 올라와 활동을 한다고 하니 맹꽁이스러운 생활습성인 것 같다.

우리나라 신도시 1기로 개발된 분당은 입주한지 이제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당시 수도권 인구가 폭발수준으로 늘어나서 주택난이 심해지자 정부는 200만호 건설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게 됐다. 그때는 신도시에서 분양만 하면 수십대 수백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던 시기였다. 정부는 강남의 택지가 다 들어차서 더 이상 새로운 택지를 확보하기 어렵게 되자 경기남부와 서부지역을 집중적으로 검토하여 신도시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 정책은 대부분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다 보니 그 많은 아파트의 건설을 가능한 짧은 시간 내에 소화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당시 건설에 동원된 인력의 기술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에 불과했다.

기술, 안전, 품질 등을 건설현장에서 일일이 챙기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사업의 진행속도가 빨랐다. 심지어 골조공사의 원자재로 쓰이는 모래가 부족하자 바다에서 채취한 모래를 제대로 씻지 않고 사용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 이 시기에 지어진 신도시 아파트에 부실공사 꼬리표가 붙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30년이 지난 요즈음 분당의 중심이라고 하는 서현동에서 주민들과 정부 간에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들 다툼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정부가 서현동 110번지 일대에 공공택지개발을 강행하려다가 주민들과의 소송 1심에서 법원이 주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수년간의 다툼을 거쳐 주민들이 승소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 왔지만, 그 중심에는 맹꽁이의 큰 역할이 있었다. 판결에서 정부가 맹꽁이 서식지에 대한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를 묻어버리려 한 것이 정부패소의 한 원인으로 제시됐다. 과거 천성산을 지키려했던 도룡뇽과 분당 맹꽁이를 비교하면 매우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천성산 도룡뇽은 지나치게 과장돼 실패를 한 것이고, 분당의 맹꽁이는 지나치게 과소 평가돼 성공한 사례가 된 것이다.

현재 신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당시 정부의 수도 서울 과밀화 해소정책에 큰 협력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매일 수 시간의 출퇴근거리를 감수해 가며 문화, 교육, 의료, 교통 등 생활 인프라가 전혀 갖취지지 않은 상태의 베드타운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나마 쾌적한 주변의 자연과 주거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정부의 신도시 정책은 추진하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분당 서현동 110번지의 공공개발로 야기된 문제이기는 하지만 분당을 비롯한 신도시 주민들은 30년이란 세월을 부실한 아파트와 뒤늦은 도시 인프라의 건설을 기다리는 동안 불편함을 참아가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분당의 경우 국내 최고의 교육환경을 일궈 명품도시를 만드는데 앞장섰다.

이제 재건축을 해야 할지, 리모델링을 해야 할지의 기로에 서있는 신도시 1기에 부동산정책에 편승한 공공택지개발은 주민들에게 매우 큰 고통으로 와 닿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책논리로 개발을 강행하는 것은 과거의 교훈을 통해 배워야 한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지역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와 주변 생태환경이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