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
초라한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0.11.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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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리뷰]

글로벌 건설기계시장은 거대하다. 2019년 기준 2027억불로 조선산업의 2.5배에 달한다. 이중 대한민국이 시장점유율·생산규모 6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수출 비중도 높아 무려 78%에 달하며,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볼보건설기계 등 완성차 3사를 필두로 700여개 장비·부품 생산기업에서 4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를 누비는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이 정작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다. 산업재라는 낙인이 찍혀 뒷전으로 치부된다.

사례를 들어보자.

정부는 지난 5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성윤모 산업부 장관 주재로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를 가졌다. 업계의 당면과제를 점검하고 정부의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건설기계산업이 6차였으나, 대한민국에서 6번째로 중요한 산업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화를 통한 산업별 처우가 달랐다. 정부는 자동차산업에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위한 출연금으로 즉시(지난 6월) 100억원을 내놓았다.

반면, 건설기계산업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연이은 출연으로 돈이 없단다. 결국 대기업을 쥐어짰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가 무려 10억원씩 부담했으며, 볼보건설기계도 2억 5천만원을 내놓았다. 그렇게 22억 5천만원이 모였다.

이 출연금을 근거로 11월에서야 기술보증기금과 자금지원 실무협약을 마련했다. 자동차산업보다 무려 5개월 늦었지만, 순둥이 같은 건설기계업계는 기금과의 연결고리가 이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

사실 대기업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지난 5월초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생산중단을 결정해야 했다.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해법을 내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러려니 했다. 중국이 전인대(전국인민대표회의) 후 대형 SOC를 추진하자 우리 업계도 숨통이 트이는 긍정효과를 보기 전까지는.

혹자는 조막만한 국내시장에서 무엇을 바라느냐 하겠지만, 모르는 말씀이다. 4대강 이후 대형 토목사업이 없는 상황에서도 미니굴착기는 연간 3천대 시장을 유지하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다만 기회의 이면에는 벽이 있다. 미니굴착기 시장의 90%를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애국자들의 불매운동이 미약한 곳이며, 우리가 이겨낼 방법론인 핵심부품 국산화사업이 미약하다.

글로벌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도 없다. 마냥 각개전투다. 동남아시아 건설기계시장 확대의 교두보 ‘베트남 ODA(공적개발원조)’ 사업도 돈이 많이 든다며 무산됐다. 2018년부터 2년을 도전하더니 올해는 자취를 감췄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서도 홀대를 실감했다.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의 일환으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진행되는 가운데, 현대건설기계가 이를 인수하면 독과점이 발생해 입찰 자격을 제한해야 한단다. 항공은 KDB산업은행이 8천억원을 들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빅딜을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코로나 19시대를 맞아 바짝 다가온 스마트 시대 그리고 스마트 건설현장. 이를 실현시켜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할 건설기계산업. 정부의 세심한 보살핌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