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사태, 강화 기준 허술 탓?
태양광 산사태, 강화 기준 허술 탓?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0.08.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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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및 일부 언론, 10도 기준경사 권고 무시해 산사태 '급증' 주장
2018년 경사도 15도 강화 이후 허가된 설비, 산사태 '제로'
권고 시점과 개정일 선후 맞지 않아-15도 이하 개정은 논의 필요
산지 태양광 산사태 현장(직접관련 없음-출처 YTN)
산지 태양광 산사태 현장(직접관련 없음-출처 YTN)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올해 장마가 최장기록을 갱신한 가운데, 충남과 전남지방 등지 태양광 설치 시설에서 산사태 20건(산지태양광 12건, 농지 태양광 6건, 건물 등 기타 2건)이 발생했다.

이중 산지 태양광 산사태의 원인으로 미래통합당과 일부 언론 등에서 산업부의 관리 기준 소흘을 문제로 삼고 있어 논란이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산사태 방지를 위해 평균경사도를 10도 이하로 설치할 것'을 권고했지만, 산업부가 이를 무시해 산사태를 키웠으며 "이번 사고는 정부의 태양광 집착이 낳은 인재"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산업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주장은 맞지 않다. 오히려 2018년 12월, 산지전용허가 기준이 강화된 이후에 설치된 산지 태양광에서는 1건의 산사태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산지 태양광 피해 12건 중, 9건의 발전사업 허가는 이전 정부에서 이뤄졌으며, 3건도 경사도 허가기준 변경(15도) 이전의 기준에서 산지전용 허가가 이뤄진 것이다.

한편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발표 이후, 산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환경훼손 등의 부작용 우려에 따라, 2018년 5월 '태양광·풍력 부작용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수립시, 산림보호 및 산사태 예방 주무관청인 산림청은 산지태양광 경사도 허가기준을 당초 25도에서 15도로 강화할 것을 요청했고, 산업부·환경부 등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도 이견없이 경사도 허가기준 15도가 결정됐다.

이후, 환경부는 같은해 8월 1일 부작용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육상태양광발전사업 환경성 평가 협의 지침'을 제정, 경사도 기준(15도 이하)을 포함해 생태자연도·산사태위험 기준 등 협의기준을 강화·시행했다.

이어 산림청도 2018년 12월 4일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시행해, 동일하게 경사도 허가기준을 강화하고 산지일시사용허가제도 등을 도입했다.

논란이 되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수행한 용역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지침 마련을 위한 것으로 2018년 8월 31일 완료됐다.

산업부와 환경부 경사도 허가기준 강화 반영(2018.5.)은 KEI 용역 결과 제시 이전에 마련된 것이고, 환경부 기준 강화도 8월 1일에 시행된 것이어서, 용역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사도를 15도로 설정했다는 보도 내용은 산업부와 환경부에 국한한다면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관련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아쉬운 점을 주장한다. 정부부처가 연구원의 권고를 모두 수용할 의무는 없지만, 용역이 완료된 2018년 8월 31일 이후와 산림청이 시행령을 개정한 12월 4일 사이에는 좀 더 안전한 제도를 마련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준 강화 이후 허가된 시설에서는 이번에 다행이 산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원인 제시한 평균 경사도 10도, 최고 경사도 15도 권고를 정부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