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 거는 기대
국감에 거는 기대
  • 국토일보
  • 승인 2011.09.1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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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 칼럼] 건설일보 논설실장


국토해양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19일 한국도로공사와 교통안전공단을 시작으로 20일간 진행된다.

18대 국회 들어 마지막 국감인 올해는 정부 정책 및 예산집행에 대한 감사라는 본연의 기능에 얼마나 충실할지가 관심거리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일정을 당긴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문에 국감에 집중할 수 없게 됐다”는 말처럼 올해 국감이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진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서울시장 보선 주도권을 둘러싼 정국 주도권 싸움이 격화되고 있어 정치공세 속에 자칫 국감이 실종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폭로성 한 건 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국감기간은 짧은 반면 감사해야할 기관은 너무 많다. 벼락치기 식 국감, 수박 겉핥기식 국감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차기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활동을 위해 자리를 이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신의 질의만 하고 국감장 의석을 떠나는 행위도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비전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정책국감과 대안국감이 되어야 한다. 국정의 중요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비판, 대안제시보다는 한건주의 폭로나 언론플레이 등의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

국회 스스로가 면책특권을 빌미로 상대 당에게 치명타를 입히겠다는 정략적 국감으로 흐를 때 국감에 대한 기대는 사라지게 된다. 국민의 세금은 국감장에서 벌이는 정치인의 정치 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책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데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감을 통해 생선을 핥아 먹는 고양이가 나와서는 안된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국민을 위해 악역(?) 하는 국회의원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는 줄 모른다.

추석 전후 국감을 앞두고 국회의원회관이 선물 세례로 문전성시로 장관을 이루었던 모습이나,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신변잡기적인 홍보성 책자 발간을 통한 출판기념회가 국민적 의혹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개혁적 국감이 되기 위해서는 헌법기관인 의원 개개인이 소속 당 지휘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사명감과 치열한 문제의식을 가져야한다. 피감기관의 자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현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철저한 현안 분석을 통해 입법으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한다.

건설인들은 건설업계 현안, 건설업 발전의 모태가 될 정책개발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해마다 국감을 통해 나타나는 부실시공문제,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인상문제에 대한 제도적인 해결책도 나와야 한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백재현 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06~2010년 공종별 하자보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전국 고속도로 하자발생 건수는 5,250건으로 파악됐다.

특히 시공능력순위 상위 5대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은 당진~상주선의 청원-상주간 건설공사에서 성토부 세굴 등으로 무려 569건의 하자보수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부실시공과 하자발생에 대한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자치단체가 법적 근거 없이 택지개발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도로, 도서관 등 기반시설 설치를 합의했다가 감사원의 시정요구로 결국 입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LH는 충남도청 이전 사업 등 전국 43개 지구에서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면서 4조7,000억원에 이르는 지자체의 도로, 도서관, 문화센터 등 기반시설 설치 요구를 수용했다가 최근 법적 근거가 없다는 감사원의 시정요구를 받았다.

이에 LH는 지자체와 합의했던 29개 지구 중 3조7,000억원의 미집행 금액을 지불하지 못하겠다고 내부 방침을 정하고 지자체에 통보하거나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저기 의혹투성이다.

중요한 건은 국감이 국감을 위한 도구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국감에서 다뤘던 사안들이 어떻게 개선되고 이행됐는지 철저하게 점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며 또 국민들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재탕식 국감이라면 국감의 의미는 없다. 정부부처도 국감 기간만 잘 보내면 끝이라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한다. 행정부는 국감을 통해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고, 국회 또한 국감을 통해 생산적인 국회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비리인 하도급 관련 비리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해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발주자인 원청업체는 하도급업체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공사 관리 뿐만 아니라 공사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가공사의 부실시공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점검해 날림공사의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문제를 알고 고치지 않는다면 모르는 것 보다 더 나쁜 행위이다.

우리의 상대는 세계 건설시장이다. 건설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며, 튼튼한 시공이 전제돼야 건설시장의 경쟁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