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에 추진하는 지적재조사 사업
100년만에 추진하는 지적재조사 사업
  • 최원영 기자
  • 승인 2011.01.0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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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행정 기본 인프라 구축

디지털지적도 구축사업 성공수행                   

전국토지 전면 재조사로 효율적 지적관리체계 개편

첨단기술 통한 입체화 탈바꿈… 지적선진화시스템 갖춰

우리나라 전 국토의 지적을 재조사하는 국가적 사업이 추진 중에 있다.

이는 그동안 구조적 장애로 지적관리에 막대한 지장을 주던 지적불부합지 문제를 해소하고 능률적인 지적관리체제로 개편하는 숙원 사업인 지적 재조사다.

100년전 연필로 그려졌던 열악한 전국의 토지를 전면 재조사하고 첨단기술을 통해 입체화, 고도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업의 중요성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지만 최근 KDI가 수행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소요예산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은 또 한차례 연기된 상황이다.

국토부는 지적된 사항을 충실히 보완해 수정 계획안을 작성, 재조사 받을 계획이다.

 

조선토지조사사업 도근측량사진.

지적 재조사 왜 해야하나

과거 일제는 토지수탈을 목적으로 1910년부터 1924년까지 한반도의 토지·임야조사사업을 추진했다.

한반도의 모든 토지를 조사·측량해 면적, 지목, 소유자명 등을 지적·임야대장에 등록하고 토지의 형상과 위치를 종이도면인 지적·임야도에 등록한 것이다.

하지만 종이도면의 특성상 기후에 약해 신축이 일어나고 장기간 사용을 통해 훼손이 발생했다. 측량에 필요한 도근점을 영구표지로 사용하지 않아 거의 망실됐고 한국전쟁 당시 삼각점마저 80% 이상 파괴됐다.

이런 이유로 지적도와 지상 경계는 불일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며 2009년 대한지적공사에 따르면 전국토지의 14.8%가 지적불부합지로 나타났다.

당연히 소유지에 대한 국민들의 이웃간 분쟁도 끊이질 않았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지적전산화와 지적재조사를 실시해 이런 문제점을 일소하고 현대 토지 이용 및 관리에 적합한 지적선진화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전산화는 현재 토지·임야대장이 1980~1991년에, 지적·임야도는 1999년~2003년에 추진이 완료됐다.

하지만 사실 종이대장과 종이도면에서 디지털화 했더라도 변형, 훼손되어 불일치하는 기존 지적도를 현황 그대로 디지털화 한 것에 불과했다.

형식적인 면에서 최신의 전산시스템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측량방법은 예전 일제시대 방식 그대로인 도해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지적불부합지도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적공사는 이를 두고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그 위를 소달구지를 타고 가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이제 전 국토를 재조사해 단순히 경계조정의 차원을 넘어 토지의 모든 정보를 총망라하는 작업이 실시돼야 하는 것이다.

 

지적 재조사 어떻게 실시되나

지적 재조사에는 10년이라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비용만으로도 약 3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많은 인력이 요구됨에 따라 지적공사와 지적측량업자에 대한 전문교육을 실시해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재조사 방법은 검토 중에 있다.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소요 예산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과학적 방법이 동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KDI 연구진의 제언에 따라 지적측량에 한번도 활용되지 않은 항공사진측량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실용성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

한편 지적재조사가 완료되면 경계점좌표등록지역으로 확정돼 민간 지적측량업자도 지적측량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지적 재조사 시행 시 발생 될 수 있는 문제점

 토지소유권 변동으로 인한 분쟁은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누구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과제다.

지적재조사 추진시 면적의 증감과 경계의 변동이 일어나며 결국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 두 당사자 간의 결정이 아니고 다수들 간에 합의와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첨예한 대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합의를 위한 경계 및 면적의 조정과 중재역할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수행하게 돼 사업추진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지적공사의 설명이다.

지적공사에 따르면 시범사업지였던 전남 영광, 영암, 충북 진천의 경우 대립과 분쟁 없이 지적재조사를 종결지은 바 있다.

 

다른 나라의 지적제도

지적제도는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따라 다르다. 유럽과 미국 등은 우리나라와 상이하다.

일본, 대만, 한국은 창설주체가 같고 창설연대 및 방법이 유사해 지금의 지적제도도 거의 유사하다.

일본은 지적재조사를 1950년에 시작해 48%를 완료했고 대만은 1978년도에 시작해 도심지는 대부분 완료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적측량기술을 고난이도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순히 그 기술만으로 해외진출은 곤란하지만 지적제도, 전산시스템, 지적측량이 일체화된 프로젝트가 될 때 해외진출 가능성이 있다.

라오스, 베트남, 모로코, 아제르바이잔, 자메이카 등에 진출한 사례는 있지만 수입비용도 적고 대부분 ODA관련 사업으로 완전한 해외진출사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적측량 사진.

지적 재조사 추진의 현주소

 

지적재조사는 현재 지적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국가 행정 기본인프라로서 선진 시스템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단기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창출하는 사업이 아니고 10년 또는 그 이상 기간이 소요되는 사업이라서 국민과 위정자들의 관심이 낮은 편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다양한 시범사업을 통해 철저한 분석과 대응책을 마련, 사업을 계획해 착수해야 한다.

지적재조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이 제정돼야 한다. 법적 근거가 미약할 경우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적 대사업인 지적재조사는 국민의 절대적인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사업의 필요성, 목적, 내용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적재조사사업은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지적재조사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도 확보돼야 한다.

따라서 체계적인 지적재조사사업의 장기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 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은 관계법령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해 타당성 있는 경우에 한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최근 기재부에서 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지적재조사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했다.

결론은 비용대비 편익을 고려하는 경제성은 합격이었지만 사업계획 등의 정책성은 불합격돼 결국 사업추진이 좌절됐다.

4대강 등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토부는 기재부에서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지적사항에 대해 시범사업과 연구용역을 통해 면밀히 검토, 지적재조사특별법을 정부입법으로 2011년 12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적재조사사업은 전국토에 걸쳐 막대한 예산과 인력, 시간을 필요로 하는 중대사업으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법적, 행정적, 기술적 측면에서의 기반조성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동안 국토해양부와 대한지적공사는 각종 연구와 토론회 등을 거치며 긴 시간을 준비해 왔고 사업추진을 위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