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읽기에 소홀하지 마라
시장 읽기에 소홀하지 마라
  • 국토일보
  • 승인 2008.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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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한 국내 건설· 부동산 시장의 침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해외 부동산 경기마저 악재만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여 불안스럽기 짝이 없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20대 도시의 4월 집값은 1년 전보다 평균 15.3% 떨어져 2001년부터 전년 동기 비교를 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4년 전인 2004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집값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52%나 올랐으나 주택시장과 신용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끝없는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재고가 넘쳐나고 주택 압류도 지속돼 집값 하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심지어 주택 가격지수가 2009년 말에는 바닥까지 추가로 15~20%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이른바 미국발 부동산 거품붕괴가 심화되는 기류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불러일으킨 미국 내 부동산 가격 하락현상은 전세계로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는 터라 미국 내의 집값 폭락 사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악재다.
 이미 영국과 아일랜드 등지에서는 집값의 거품이 두드러지게 꺼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신흥 경제세력으로 솟아오른 인도와 중국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뉴델리를 비롯한 인도 북부지역 일부에서는 최근 1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20% 하락했고,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곳 중 하나인 홍콩에서도 아파트 거래가 움츠러들었다는 소식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부동산 거래 하락, 주택 판매부진, 금융권 대출 억제 여파로 중소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양상일 정도다. 지난 25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금융긴축 여파로 부채비율이 높은 중소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그 심각성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해외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침체 탓인지 우리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도 급감하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가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신고액 기준) 실적은 131건에 4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6400만달러)보다 25.0%, 지난해 같은 달(1억1700만 달러)에 비하면 59.0%나 감소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동남아가 2100만 달러로 4월 3200만 달러보다 대폭 감소했고, 북미도 4월보다 적지 않게 줄어들었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후 우리 시장도 거품붕괴의 파장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고 실제 이런 우려를 촉발할 변수들이 중첩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우선 가장 크게 우려할 대목은 가계와 금융회사의 부동산 보유 비중이 너무 빠르게 늘어난 사실이다. 현재 가계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자그마치 80% 수준에 달할 정도다. 금융권별로 차이는 있으나 은행의 경우 총 대출에서 부동산 담보대출비율은 47%를 차지한다.


 이는 1990년 일본의 부동산버블 붕괴 직전인 가계 70%, 도시은행 30% 수준보다 높은 수치다. 따라서 개인이나 금융회사들은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보유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심각한 ‘집값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최근 기록적인 미분양 사태 등으로 ‘집값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가고 있다. 이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자금난 악화와 유동성 위기의 확산은 폭발적인 리스크로 비화될 개연성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의 영향 변수마저 악재로 작용하고 있으니 보통 우려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시장 읽기에 대한 정부나 주택업계의 각별한 관심과 분석 그리고 사전적 대응 태세가 요청되는 것이다. 아울러 반시장적인 규제의 완화내지 해소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도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