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중심 해외시장 확대 등 건설엔지니어링 글로벌화 시급하다”
“엔지니어링 중심 해외시장 확대 등 건설엔지니어링 글로벌화 시급하다”
  • 하종숙 기자
  • 승인 2018.08.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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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협, 국내 엔지니어링 경쟁력 확보 등 글로벌 강국 정착 방안 제시

건축 및 토목 엔지니어링 경쟁력 확보·M&A 활용 사업구조 재편
적정 대가 지급·글로벌 제도 마련·엔지니어링 중심 해외시장 개척해야

[국토일보 하종숙 기자]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의 글로벌 강국으로의 정착을 위해선 세계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건축 및 토목 엔지니어링 경쟁력 강화는 물론 M&A를 활용한 사업구조 재편, 적정 대가 지급, 글로벌 기준과 부합한 엔지니어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회장 이재완) 정책연구실은 ‘ENR 통계로 본 엔지니어링 산업 트렌드 분석과 시사점’ 주제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지난해 ENR(Engineering News Record)의 상위 225대 해외 설계기업의 해외매출은 2012년 이후 4년간 연속 감소하고 2017년에도 전년대비 0.7% 증가에 그쳐 최근 5년간(2013~17년)간 마이너스 성장(-2.1%)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ENR 225대 기업의 해외매출 비중도 2009년 39.5%에서 2012년 50.7%까지 높아졌으나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면서 2017년에는 44.5%로 낮아져 해외에서의 사업여건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이같이 해외시장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내기업의 해외시장에서의 매출점유율은 2015년 2.4%에서 지난해 1.9%(세계 12위)로 낮아져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은 해외시장 축소와 대외 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시장 점유율이 전년에 비해 0.1% 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ENR에 신고한 삼성엔지니어링 매출분에 기인하며, 이를 제외한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경우 오히려 전년대비 0.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관련 엔협 정책연구실 이재열 실장은 “더욱 큰 문제는 해외시장에 차지하는 화공과 발전 부문의 엔지니어링의 비중이 1/3 수준이나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의 매출은 화공부문의 매출이 50%를 차지하는 등 두 공종이 전체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해외시장의 42%를 차지하는 수송 및 건축 공종의 우리 점유율은 각각 0.5% 및 0.1%에 불과, 특히 2016년 우리나라의 해외시장에서의 시공 점유율은 7.3%이며, 수송 및 건축의 점유율은 각각 3.5%, 2.7%로 집계됐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건설정책이 시공위주로 엔지니어링 발전이 뒤쳐져 있음을 의미하고, 이중 수송 및 건축 엔지니어링의 해외경쟁력이 낙후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엔협이 제안한 대한민국이 글로벌 엔지니어링 강국으로 가기 위해 방안에 따르면 우선, 해외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이 각각 0.5% 및 0.1%에 불과한 낙후된 토목․건축 엔지니어링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주력공종인 화공 시장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다 주력 시장인 중동에서도 화공 공종 발주가 늘어나기는 어려워 엔지니어링 산업구조를 조기에 다각화하지 못할 경우, 엔지니어링 산업의 침체가 가속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둘째, 향후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CHINDIA 등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공종에 대한 경쟁력 확보 방안 수립을 촉구했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중국기업과 합작투자 및 현지거점 마련 등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시장인 중국시장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Surbana Jurong은 중국의 개발업체인 Vanke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중국에서 산업 도시를 공동 개발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의 CHINDIA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매우 미흡, 이에 대한 진입전략과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이 2017년 중국에서 수주한 엔지니어링 금액은 1,530만달러로 전체 해외 엔지니어링 수주금액의 1.8%에 불과하다.

셋째, M&A를 활용한 사업구조 재편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선진국 일류기업들은 시장지배력 강화 및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M&A를 적극 추진 중으로 특히, 화공중심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화공시장의 하강에 대비해 비화공분야 엔지니어링 기업을 인수해 균형적 사업구조로의 재편을 추진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설계 등 고급 엔지니어링 역량과 토목․건축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화공플랜트 엔지니어링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력 있는 해외 엔지니어링 기업의 M&A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넷째, 엔지니어링에 대한 발주처의 인식의 전환과 적정한 대가가 지급돼야 한다. 엔지니어링은 경험, 전문성 및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가 경쟁력의 원천임에도 발주처가 이를 간과하고 엔지니어링을 특성 없는 균질한 상품(commodity)으로 보고 낮은 사업대가를 적용하고 시공의 하청 정도로 취급하는데 근본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이의 개선을 촉구했다.

해외기업은 신기술을 확보하고 M&A 등을 통해 기술의 차별화와 대형화를 추진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운찰 및 가격 중심의 입찰제도로 기술발전의 유인이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발주처의 사업자 심사 역량이 미흡해 기술력보다는 가격과 변별력이 없는 기술등급 등의 일정요건만 갖춘 사업자를 선정하다보니 기술력 없는 10인 이하의 소형 엔지니어링 회사가 늘어나 저가 경쟁을 부추기고 궁극적으로 엔지니어링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섯째, 글로벌 기준과 괴리된 엔지니어링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며, 특히 엔지니어링 산업이 기술인력에 의존하는 산업의 특성상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국가기술자격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엔지니어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국제기준과 괴리돼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기술자등급 등 국가기술자격제도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토목분야는 해외에서 존재감 조차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뒤쳐져 있다. 반면 토목 분야와는 달리 국제기준이 적용되는 해외발주나 민간발주의 프로젝트를 수주 대상으로 하는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경우 자격보다는 사업수행 경험, 글로벌 역량 등에 기초해 인력을 채용하고 관리하고 있으며, ENR의 통계에서처럼 해외시장에서 일정 부문 성과를 내고 있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고위험-저수익의 시공이 아닌 엔지니어링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신흥시장국은 국가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단순 설계 외에 사업개발과 사업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를 요구하고 있다. 고객의 요구에 대응해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는 단순한 자문 또는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에서 사업개발에서 금융까지 고객의 전반적인 요구 사항과 계획을 검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