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악순환의 뫼비우스
‘부동산정책’ 악순환의 뫼비우스
  • 이경운
  • 승인 2010.01.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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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업계의 올 1월은 예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 신규분양시장을 견인했던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이 2월 11일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 한시적 기한은 주택업계에 연말 술자리 대신 야근을 선사했다. 이들에게 2월 11일은 일생일대의 미팅 기회이며 놓치지 말아야 할 출근버스다.

이제는 화두가 된 2010년 2월 11일, 정책의 모순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럽과 중동을 거쳐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그 결과 2008년도 국내 부동산시장은 역주행하는 그래프가 난무했고 미분양은 쌓여갔다.

보다 못한 정부는 2009년 2월 12일 ‘수도권 신규아파트 분양에도 양도소득세 감면’이라는 1년짜리 대박상품을 내놨다.

5년간 서울을 제외한 과밀억제권역에서 양도세의 60%를, 비과밀억제권역은 100% 면제해준다 것이다.

이 소식에 주식시장에서 호되게 당한 투자수요는 분양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이후 몇몇 단지에서 수십, 수백 대 일의 청약경쟁률이 나오며 부동산 투자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분양권에 웃돈이 붙었고, 강남을 중심으로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도 나타났다.

불과 몇 달 전 부동산 부양책을 사용했던 정부는 이를 좌시하지 않고 시장에 개입했다.

지난해 7월 수도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조치에 나섰고, 예상보다 시장 반응이 약하자 같은 해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은 듯 10월에는 제2금융권까지 DTI규제를 늘렸다. 이때 LTV비율도 낮췄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인한 가계의 채무부담능력 악화와 금융사의 대출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붙였다.

자기자본비율(BIS) 맞추기에 급급한 제1금융권이 돈줄을 막자, 제2금융권으로 이동한 주택담보대출 흐름에 태클을 건 것이다.

하지만 신규분양시장 중에서도 광교와 판교, 청라 등 일부지역에서만 열기가 뜨거웠고, 매매시장은 회복되지도 못했다. 정부가 조성한 택지지구를 제외하면 민간주택사업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신규분양시장의 열기가 매매시장으로 조금씩 이동하던 차에 찬물을 부은 것이다.

결국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예의 주시하며 조정과 완화를 반복했지만, 결과는 ‘어떻게든 계약일정을 2월 11일 전에 맞춘다’는 기현상을 만들었다.

현재 매수세가 사라진 부동산 시장에서는 급매물을 노리는 여유자금과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투자수요를 부동산 시장에 끌어들인 정부가 투자가치를 거세한 결과다. 악순환이다.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은 입지가 뛰어나고 주거환경이 좋은 곳에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강남이 비싸고 광교와 판교가 인기 있다.

이곳에서의 청약 열기는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들의 꿈이다. 거품이 아니라는 말이다.

부동산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제1금융권의 부실만을 막겠다는 정부 정책은, 매수자가 없는 부동산 시장에 서민들의 급매물을 던져 넣고 있다.

과연 정부가 바라는 부동산 시장은 어떤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