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시장 진출 ‘건설코드 통일’ 선행돼야”
“북한시장 진출 ‘건설코드 통일’ 선행돼야”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06.17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저한 준비 없는 남북 건설교류 ‘빛 좋은 개살구’ 우려

건설업계, 북한 인프라 개발·시장 확대 기대감 고조
학계 “독일 선례…한국 경제적 이익 우선 고려” 강조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건설업계가 남북 건설산업 교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북한 인프라 개발에 대비하며 조직 개편 등을 실시, 적극적인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북한 인프라 개발이 침체에 빠진 한국 건설산업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도 북미 정상회담 직후 “본격적인 남북 평화시대가 열리고 남북 건설 경제교류도 활성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앞으로 정부가 추진할 건설분야 남북경협사업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철저한 준비 없는 북한 인프라 개발 청사진을 세우는 것은 성급하다며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나섰다. 정치적인 상징성에만 집중하면 남북한이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경우, 통일 20년이 지난 시점에 의미 있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얻었다. 그 중에서도 “동독의 실상을 (당시에) 너무 몰랐다. 몰랐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만 20년이 걸렸다”는 독일의 반성은 남북경협시대를 앞둔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토목학회는 북한 인프라 통일을 위한 전략으로 ▲북한의 국토인프라 양적·질적 실태 파악 ▲한반도 국토인프라의 설계·시공기술 기준 정립 ▲북한 기술자·기능인의 양적·질적 수준 분석 ▲한반도 국토인프라 양적·질적 적정 수요 및 소요비용 기준 정립 ▲북한 인프라 최적화 전략 개발 등 5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북한 인프라 백서를 발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기준점(출발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1986년 이후 자신이 보유한 국토 인프라에 대한 정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는 남한의 통계청 등 기관마다 북한 인프라 보유량을 조사·발표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결과치가 기관마다 다르다. 수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신뢰도가 낮은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북한 인프라 개발 구상 및 전략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프라 품질과 성능에 대한 실태 조사는 사실상 백지 상태다.

여기에 남북의 설계 및 시공기술도 상이한 점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설계와 시공 기술 기준은 품질과 성능을 결정짓는 필수 요소인 만큼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하다고 학계는 강조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오는 2027년까지 전국 철도통신망을 ‘LTE-R’로 구축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그러나 남북경협 대상 사업으로 거론되는 경의선은 디젤기관차만 다닐 수 있는 실정이다. 준비 없이 연결하면, 운행 속도 저하는 물론 전력, 신호, 통신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더욱이 남·북한 경제력과 국토 인프라 보유량의 격차는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벌어졌다. 이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독일이 통일에 투자한 비용과 시간 보다 북한 개발에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비용도 객관적 기준이나 정확한 자료가 뒷받침돼야 정확히 추산할 수 있게 된다.

건축학회 관계자는 “북한 건설시장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한국과 건설코드가 다르다”며 “이에 건설코드 통일 등을 선행하지 않고 북한을 개발할 경우 산업 혼란 등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관계자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건설코드를 북한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 등이 주도해야 하며, 지연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진흥원 등에서 북한 시장을 정확히 진단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