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등 자원외교에 거는 기대
에너지 등 자원외교에 거는 기대
  • 국토일보
  • 승인 2008.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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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출범 이후 말만 무성했던 정상급 자원외교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 한승수 국무총리를 대표로 하는 정상급 자원외교단이 자원부국인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서 카자흐스탄 등에서는 이미 상당한 성과까지 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가로 치솟은 가운데 물가까지 급등하는 판이라 한 총리의 순방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 다소비형인 취약한 구조의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1개국 중 30위로 낮지만 1인당 에너지 소비는 8위로 매우 높다. 한국 경제는 사실상 에너지 등 자원에 목을 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형편인 것이다.. 그런데도 확보 노력은 소홀히 해왔다.


 이런 취약한 체질인 상황에 국제유가는 이른바 ‘슈퍼-스파이크’(장기급등 사이클)에 빠져들면서 향후 2년 최고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골드만 삭스)마저 나오는 등 오히려 심각한 국면이다.


 그러기에 ‘제2의 중동’으로 불리는 이들 자원 부국을 겨냥한 에너지· 자원외교는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라도 값진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중앙아시아는 석유· 가스는 물론 우라늄· 구리· 아연 등이 고루 매장된 광물자원의 ‘보고’로 통한다. 따라서 한 총리가 이 지역을 첫 방문지로 택한 것은 중동에 쏠린 자원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측면에서도 값진 의미를 지닐 만하다.


 특히 이번에 총리를 수행한 기업인 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때보다 2배 이상 많은데다 분야도 자원· 에너지뿐 아니라 플랜트· 조선· 금융· 무역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순방의 목적인 자원공급선 확보의 실효성을 높이고 아울러 성장의 또 다른 계기로 삼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급 자원외교에 거는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총리가 몇 번 찾는다고 쉽게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중앙아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중국 등 강대국 간의 자원 쟁탈전이 치열한 곳이다. 이런 탓에 대부분 강대국들로부터 수모를 당한 아픈 경험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냉큼 자원만 가져가겠다고 하면 거부감이 일 것은 당연하다. 받는 만큼 주는 게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뒤늦게 발을 들여 놓는 입장에 있다. 그것도 국력과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이 강대국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현실을 잘 알고 국격(國格)을 유지하면서 실리를 추구하는 수준 높은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자존심을 높여주면서 얻을 것을 얻는 전술이야말로 선린과 실익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하는 차별화 전략이 될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이번에 우리를 초청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자원이 풍부하고, 성장 잠재력이 뛰어나지만 아직 산업개발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외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압축 성장의 간접경험이 더 긴요한 형편이다.


 우리의 산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각 나라에 맞는 개발전략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싶다. 오일 달러를 밑천 삼아 산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이 지역 국가들에게는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개발경험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가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에 줄 수 있는 건 꽤 있다. 건설, 플랜트, 정보기술(IT) 분야의 앞선 노하우가 좋은 예다. 유전· 가스전 개발권을 얻는 조건으로 도로를 닦고 전자정부· 금융결제시스템까지 제공하는 패키지 딜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일 것이다.


 최근 정부가 우리 기업들의 극동시베리아 지역 진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금융· 세제 등의 특별 지원방안 마련에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아무쪼록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인 협조로 전략적 결실을 얻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