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 경제 논리 무관···원청사 책임 강화 필요”
“건설안전, 경제 논리 무관···원청사 책임 강화 필요”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8.03.26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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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가설공사 안전 확보 방안

[창사 24주년 특별 좌담] 건설현장 가설공사 안전 확보 방안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이달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건설현장 가설공사 안전 확보를 위한 특집 좌담'이란 주제로, 산관학 전문가 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부, 업계, 학계 참석자들이 '건설현장 안전사고 재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다음은 이날 특별 좌담 참석자들의 발언이다.

■ 일시: 2018년 3월 8일 11시
■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무궁화실

■ 좌 장 : 국토일보 김광년 편집국장
■ 토론자<가나다 順>
고영욱 SK건설 상무이사/ 고용석 국토교통부 건설안전과장
백신원 한경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신주열 한국시설안전공단 본부장
최명기 한국가설협회 연구소장 / 한영섭 반도가설산업 대표이사

고영욱 SK건설 상무이사
“적정 공사비 지급 풍토 조성 필요”

고용석 국토교통부 건설안전과장
“文정부, 안전 최우선시···반드시 개선”

백신원 한경대 안전공학과 교수
“안전감독관제 도입 검토해야 할 때”

신주열 한국시설안전공단 본부장
“공사관계자 안전 인식 대전환 요구”

최명기 한국가설협회 연구소장
“가설재 설계도서 작성 의무화...원가 산정 가능 ”

한영섭 반도가설산업 대표이사
“국토부, 노동부 성능기준 제각각...통일 필요성 대두”

- 좌장 (국토일보 김광년 편집국장) :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가 554명에 이르는 등 해마다 10%가량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설단계에서 산재를 줄이면 전체 사망자수도 약 절반 정도를 줄일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되는데요, 가설 공사단계의 안전사고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는 것은 시대가 한국 건설산업에 제시한 숙제입니다. 

특히 지난달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건설현장에서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입니다. 

이번 좌담회는 본보가 창사 24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건설현장의 가설공사 안전 확보 방안’ 모색을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기대됩니다. 우선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고 발생 원인부터 짚어보겠습니다. 

▲ 최명기 한국가설협회 연구소장 : 지난달 부산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작업발판이 추락해 일어난 사고입니다. 

가설단계에서의 사고를 본다면 대체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구조적 붕괴사고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작업자가 추락하거나, 떨어지는 자재 혹은 공구에 맞는 낙하사고로, 가설구조물과 관련된 간접사고입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입니다. 작업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대형사고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발생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치권, 정부도 가설자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엘시티 추락사고는 경찰과 국과수 등 수사당국에서 사고 원인을 찾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터라 구체적인 언급은 사실 힘듭니다. 

다만 추정을 한다면 재료적인 원인이거나 자재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한 가지는 현장에서 시공계획서를 정확히 이행했는지도 관심사입니다. 부실한 시공계획서도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건설사업관리(감리)자가 시공계획서를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체에 관한 계획은 ‘설치의 역순으로 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표기, 구체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 고용석 국토교통부 과장 : 현행 법 체계상에서 국토부는 이번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건설현장 사고는 고용노동부의 몫입니다. 다만 사고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책이 강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엘시티 사고현장 내 가설자재가 건설기술진흥법(건진법) 상 구조검토 대상에 포함되는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즉,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는 대목입니다. 

아쉬운 점은 국민이 바라보는 눈높이와 건설현장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법체계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건설현장 산재를 국토부와 노동부로 이원화돼 관리감독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집행이 다소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가설재에 대한 부분이 국토부로 일원화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닙니다. 신품 인증, 생산부터 사용까지 가설자재의 전체 생애주기가 일원화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일부분만 국토부 관리 하에 있습니다. 만약 사고로 일정 부분만 개선하면, 다른 규정과 모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좌장 - 한국 건설산업의 실태를 분석하고, 국내 제도의 개선책에 대한 고견이 있다면.

▲ 백신원 한경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문재인 정부가 근로자를 중시하고, 그 일환으로 2022년까지 산재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했습니만 내용을 보니 실망스럽습니다. 

산업 안전은 꼼꼼함(Detail)에 있습니다. 산재를 줄이려면 가장 먼저 지협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행에서 벗어나야만 합니다. 

학계에서는 발주자에게 안전 의무를 부여하지 않으면 산업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실제로 3개월 내 생겼다 사라지는 소규모 건설현장이 상당수입니다. 이런 현장은 국가가 관리할 수 없습니다. 법도 중요하지만 건설현장이 ‘시스템’화돼 운영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건설현장 안전관리자는 현장소장 밑에 있습니다. 현장의 잘못을 지적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기에 ‘공사 중지 권한’을 부여받은 안전감독관제가 도입돼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공사중지권을 갖고 있는 감독관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높은 연봉을 받고 그 현장의 안전을 전적으로 책임집니다. 만약 감독관의 말을 안 들으면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안전에 관한 조치사항을 지켜야만 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국내 대표 전자업체도 자사 현장에서의 안전관리를 영국기업에 맡겼습니다.

해당 현장에서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해당 안전관리자는 안전 조치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사흘간 작업을 중지시켰습니다. 이 현장에서는 아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재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었다고 봅니다. 

국내 건설현장에도 이런 권한과 책임을 안전관리자에게 줘야 산재가 감소할 것입니다.

▲신주열 한국시설안전공단 본부장 : 안전감독관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다만 현재 건진법 상에 공사 중지 권한은 감리에게 주어졌습니다. 

문제는 발주자가 그 권한을 감리에게 넘겨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발주자는 공사가 중단될 경우, 발생할 손해를 가장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 백신원 : 일단 제도의 선(先) 적용이 필요합니다. 개선사항은 차후에 고치면 됩니다. 

▲ 고영욱 SK건설 상무이사 : 프레임이 바뀌지 않으면 사실 모든 논의는 의미 없습니다. 큰 문제는 적정공기, 적정공사비입니다. 한국 건설현장은 이 숙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현재는 공사기간과 비용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일정과 비용에 맞춰서 일하라는 식입니다. 이 대목에서 건설재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안전관리계획서가 통합될 필요도 있습니다. 현장의 안전관리를 위한 계획서인지,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작성한 계획서인지 구분이 안 되는 실정입다. 통합된다면 현장 실효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현재 가설기자재가 방호장치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는 1990년대 일본의 법체계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비롯됐습니다. 본 위험기구에 붙는 부속물을 방호장치라고 부르지만, 가설재는 구조물 자체가 방호장치로 돼 있습니다. 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최명기 : 가설재에 대한 설계도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도면 작성이 안 되다 보니 주요 부재가 투입되는 과정에서 일부 누락될 우려가 발생합니다. 또 도면 작성이 되면 물량 산정이 가능해 체계적인 원가 산정이 가능해집니다.

여기에 제조업체는 제조단계만을 맡아야 합니다. 설치와 해체작업은 별도의 전문자격이나 면허를 취득한 업체가 운영해야 합니다.

국내 건설현장은 제주업체가 운영도 맡고 있는 식입니다. 소비자가 세탁기를 구매했는데, 세탁기 제조업체에게 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원청사 입장에서는 제일 편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구조에 비춰보면 부작용이 더 큽니다. 그렇기에 설치, 운영, 해체는 전문업체가 맡아야 합니다. 

▲ 고영욱 : 해외는 목재, 대나무도 강도만 확보되면 파이프서포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현장에서 성능을 확인해서 쓰라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소비자는 공산품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면 어디서나 믿고 그 제품을 구매합니다. 그런데 가설재는 현장에서 성능을 확인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구매자가 구입한 제품의 성능을 확인해서 사용하고 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골라서 제대로 된 제품을 쓰라고 하는 건 실행 불가능한 규정입니다. 

▲ 신주열 : 재사용가설재의 성능이 저하될 수 있으니 3개씩 확인하라는 의미입니다. 

▲ 고영욱 : 과연 3개의 표본이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품에 대한 인증 제도를  철저하게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고 있기로는 가설업계는 수익관계, 업체 등록 등이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 중인 가설재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경우 인증이나 성능 확인 등이 모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추측됩니다.

- 좌장 - 재사용가설재도 중요한 문제다. 이에 대한 의견은.

▲ 한영섭 반도가설산업 대표이사 : 파이프서포트 V5와 V6에 대해 임대업체 기준으로 상당부분 유예기간을 줬습니다. 특히 안전성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근절 운동을 펼쳤습니다. 임대업체의 자정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 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가설재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면을 갖고 제대로 된 자제를 훈련받은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품 인증에 대한 문제는 국토부, 노동부 두 부처 사이의 규정 차이가 존재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재사용 가설재는 국토부에서, 신제품은 노동부에서 관할합니다. 세분화되고 통일된 기준이 마련돼야 합니다.

▲ 고영욱 : 사실 개별 가설자재에 대한 인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전체 구조체를 살펴야 합니다. 

▲ 한영섭 : 맞습니다. 전체 상태에서 시험을 해야 합니다. 공기가 중요한 건설현장에서 자재가 현장에 공급됐는데 다시 검사를 한다면 상당히 비효율적입니다. 현장에 반입되기 전에 원천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기준 매뉴얼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 수리 및 유지보수 체제, 경영시스템 등을 허술하게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매뉴얼 상 기준과 성능을 준수하지 못하는 제품은 즉각 고철처리하도록 강제할 필요도 있습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기 때문이죠. 

- 좌장 - 가설자재에 대한 이력추적 등을 제도화할 수는 없나.

▲ 한영섭 : 염두에 둘 부분은 최근 생산된 제품보다 5년 전에 만들어진 제품이 더 우수한 성능을 확보한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가설재는 개별 현장 테스트 이후 끝난 게 아닙니다. 언제든 야적장에 쌓였던 자재가 추가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뒤늦게 투입된 제품은 인증을 받지 않는 맹점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현장에 맞는 관리 기준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 최명기 : 가설재 관련 인증은 두 개로 나뉩니다. KCs(안전인증)과 KS가 그것이입니다. 제조공장은 KCs를, 건설현장은 KS 적용을 받습니다. 

문제는 제조단계에서의 성능은 160인데, 사용단계의 성능은 더 높아져 180을 확보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조와 사용단계에서의 성능 기준 불일치가 업계에게는 큰 고충입니다. 

▲ 고용석 : 어느 한쪽 기준을 준수하면 되지 않습니까?

▲ 최명기 : 품질 기준은 KS기준을 준수하도록 돼 있습니다. KS기준으로 180이 나와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체는 생산기준인 160으로 생산을 하면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 신주열 : 가설공사에서의 사고를 보면, 작업자 발판이나 동바리와 관련된 거푸집 사고가 있습니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에 참여할 당시 살펴보면, 재료나 성능의 문제보다 규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핀 6개를 고정해야 하는데 4개만 사용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입니다. 동바리나 거푸집은 구조검토를 면밀히 하지 않았던 것이죠. 

심지어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대상인 현장은 공단이 살펴보는데 사고가 난 곳을 보면 계획서대로 안 한 경우입니다. 

주목해야 할 대상은 민간시설물입니다. 이 부분의 관리가 소홀한 편입니다. 20억 미만 사고가 전체의 70%를 차지합니다. 붕괴사고의 기인은 가설재입니다. 가설공사의 중요도가 실제 중요도에 비해 저평가된 탓으로 분석됩니다. 

기술자 역시 이를 소홀히 여기는 인식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문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 좌장 - 해외에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 고영욱 : 해외에는 공장 인증제도가 있습니다. 또한 협회나 관련 기관에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해외는 제도나 시스템도 잘 갖춰졌습니다. 만약 실행이 안 된 부분이 있으면 추궁을 합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제3자에게 맡깁니다. 발주자가 관리하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적정공사비를 지급하는 점도 한국과의 차이점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앞에서 언급했듯 허가를 받기 위한 계획서에 불과합니다. 겉은 최고 수준일지 몰라도 내부는 초라합니다. 결국 제도나 시스템의 운영 묘미를 살려야 합니다. 
 
▲ 백신원 : 싱가포르의 경우, 안전관리기구를 국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관리 차원을 넘어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집니다. 심지어 관리기구 간 경쟁도 치열해 비리나 재해가 발생한 곳은 향후 평가에 참여할 자격도 사라집니다.

▲ 한영섭 : 일본은 인증제도 자체가 없습니다. 없어도 무관한 가설재도 있습니다. 
또 해외는 안전관리자를 적극 육성했습니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노동자에게 현장 진입을 막기도 합니다. 전부 안전을 중시여기는 풍토죠. 

국내 업체가 중동 현지에서 시공을 할 때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안전관리자로 배치하는 것도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안전관리가 보다 철저하기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 아닐까요.

▲ 최명기 : 영국은 최고의 기술자가 검측하고 가설재 작업에 나섭니다. 싱가포르, 미국도 마찬가집니다. 본 구조물은 가설재만 잘 갖춰지면 문제가 안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신주열 : 싱가포르 한 현장에서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현장은 이후 2개월간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현지 육상교통청(LTA)은 절단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조치사항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 좌장 - 가설자재, 임대업, 그리고 시공사와 발주자의 관계에 대한 문제와 개선점은 무엇인가. 

▲ 백신원 : 소규모 현장을 가 본다면 오늘의 논의가 사실 무의미합니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택 미군기지 건설현장을 멀리서 바라 봤을 때 참으로 멋졌습니다. 심지어 가까이 가서 보니 단관비계를 사용했기에 놀랐습니다. 생각해보니 계단이 있어야 할 곳에 계단이 설치돼 있는 등 규정대로 시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문제없이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철저한 관리와 제도, 시스템이 적용된 덕분입니다.

▲ 신주열 : 국내도 법은 잘 갖춰져 있습니다. 현장에서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현행 법규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설계를 하고, 안전관리 상 지속적인 관리를 규정해 놨습니다. 기술사, 토목기술사가 확인하고 승인을 받도록 돼 있습니다. 

심지어 해외에 없는 법도 규정했습니다. 결국 인식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장 이행이 가장 중요합니다.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시공사에게 가혹하게 느낄 정도의 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 최명기 : 정부가 사고가 나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적정 인원이 배치되지 않습니다. 인원 보강과 함께 안전 인식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특히 안전관련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용역을 발주하고 안전관리자를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이 없어 중단됐습니다. 결국 대가(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인 셈입니다.
 
▲ 고영욱 : 가설감리제도 도입 등 정부가 아무리 안전 강화 조치를 내놔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소용없습니다.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데 강요만 해선 안 됩니다. 

▲ 신주열 : 감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예산이나 대가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보입니다. 더욱이 발주처에 공정을 보고하는데 안전관리지가 공사를 중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노동부가 한 때 안전감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비용과 연관돼 있어 중단된 바 있습니다. 

- 좌장 - 업계, 학계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갑니다.

▲ 고용석 : 지금까지 건설안전은 부실공사 방지대책, 견실공사 견인책 등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감리, 공사비, 공기 등을 검토하고 개선하는 데 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번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고를 계기로 부실공사 방지대책에서는 그동안의 관행을 끊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발주처와 시공사간의 평등한 계약관계가 성립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기본 구조를 다시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 문제는 효율성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 기치로 삼았습니다. 

지금까지의 방향과 앞으로의 논의 방향은 분명 다를 것입니다. 안전을 위협하는 효율성은 의미가 없습니다. 가설자재 역시도 마찬가집니다. 

물론 제도나 지침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러니 연구소, 협단체, 산업계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점과 혁신 대책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정부에 관련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 또한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안전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건설현장에서의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합니다. 청년에게 지속적인 외면을 받게 되면, 끝내 모두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부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에 따라 가설자재 분야에 대한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내 산재를 근절할 수 있는 일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이번 해운대 사고는 복합재로 재규격화된 제품이 상용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별제품은 인증을 획득했지만, 복합재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죠. 구조검토를 받아야 하는 대상을 개선해 현장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잘못된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관행이 오래가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시다.

정리=김주영 기자(kzy@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