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위험변수, 가계 빚
부동산의 위험변수, 가계 빚
  • 국토일보
  • 승인 2009.11.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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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 현재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가계신용 잔액은 712조8000억원으로 2분기인 6월말보다 15조원이나 증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가계 빚을 통계청 추계 가구 수로 나누면 가구당 4213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역시 기록적인 수치이다.

아직 경기가 완전히 회복된 상황이 아닌데도 가계 빚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전례 없이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계 빚의 대부분이 은행 등 금융권을 통한 주택 관련 대출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인상이 가세할 경우 치명적인 가계 부담으로 작용, 이른바 부동산 거품 붕괴를 현실화시킬 우려가 짙어 정말 예사롭지가 않다.

3분기 중 은행과 저축은행· 신협· 주택금융공사 등의 주택담보대출은 모두 10조원 증가했는데 은행보다 2금융권 대출이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금리부담의 충격을 더욱 크게 할 개연성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제2금융권 대출이 증가한 것은 지난 7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쪽으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 탓임은 물론이다.

특히 금융권에서 풀린 가계대출의 용도를 살펴보면 집을 사기 위한 것이 많아 오히려 경제가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빚을 내 집을 사는 모험을 시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의 가계들이 금융부채를 중심으로 한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경우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양상인 셈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가계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음에도 빚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45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0.1% 감소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반면 이 기간 가계의 월평균 이자 부담은 6만8500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7.8%나 늘었다.

말할 것도 없이 가계 빚이 늘어나면 우리 경제에는 큰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의 급증으로 파산 가계도 적지 않게 발생할 가능성이 짙다.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가계가 늘어나면 싼값에 부동산 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고, 그 여파로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역시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예견될 수밖에 없다.

이를 예상이라도 하듯 최근 금융학회 발표 자리에서는 “대출 만기를 분석해 볼 경우 내년 2분기에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이 최고로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에 의한 가계 빚의 증가는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예컨대 미국이나 영국 등은 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값이 15~30% 정도 하락하는 조정을 겪었으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거품을 껴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금리가 인상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우려는 그만큼 크다는 의미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경기는 나락의 동면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다행히 부동산 거품 붕괴나 금융부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경제엔 치명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테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와 투자 재원이 줄어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가 줄면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떨어지게 됨은 물론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소비지수가 8개월 만에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통계 수치는 이미 이런 우려들이 현실화되는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때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방적으로 과다하게 올리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은 정말 우려스러운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감위는 물론 한국은행에서까지 나서 무모한 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움직임을 보여 다행스러우나 차제에 가계 빚의 후유증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범정부적 대응책도 모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