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뷰] 주거복지로드맵 통해 드러난 물관리 일원화의 '위험성'
[전문기자 리뷰] 주거복지로드맵 통해 드러난 물관리 일원화의 '위험성'
  • 김주영 기자
  • 승인 2017.12.1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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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 선진화 방안 마련 적극 필요···산자부·농림부·행안부 업무 이관 논의도 필요

[국토일보 김주영 기자] 물관리 일원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풀지 못한 난제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이를 놓고 ‘선수’와 ‘심판’이 하나가 된 불공정 게임이라고 지적한다. 심판(환경부)이 선수(국토부)의 움직임(개발)에 작은 꼬투리(환경파괴)를 잡아 경기 전체(국토 균형 개발)를 망칠 수 있다는 의미다.

축구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과 일본이 경기를 펼치는데 일본인 심판이 등장한다면, 일본인이 아닌 이상 누구나 ‘불공정한 게임’이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기에 국제축구연맹(FIFA)는 제3국 심판을 부르도록 조치한다. 공정한 게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셈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국토 균형 개발 및 환경 보호를 위해서도 물 관련 업무는 공정한 경기장에서 펼쳐져야 한다. 국토부와 환경부의 행정력이 견제와 협력 속에서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다. 

특히 작금의 물관리 일원화를 놓고 터져 나오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처 책임 묻기’란 불만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4대강 사업에서 ‘선수(국토부)’와 ‘심판(환경부)’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경기 규칙(이명박 정부의 사업 추진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즉, 물관리 일원화는 정부부처의 역할론 자체에 책임을 묻는 식으로 진행될 사안이 아니란 것이다. 부적절한 경기 규칙을 제시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밝혀내고, 이제라도 정정당당한 경기 규칙을 세워 ‘물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경제 발전과 국토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청와대가 국토부의 수자원 업무만을 목표로 정했지만, 사실 국내 수자원 관련 업무는 국토부와 환경부로만 이원화된 것도 아니다.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물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국토부 관련 업무에만 국한돼 일원화가 추진되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 협의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여기에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물관리 일원화’ 업무 지시가 과연 공무원의 공적 업무에 속하는가이다.

지지부진한 토지개발 업무를 신속히 처리하라는 지시는 공무원의 ‘업무’가 맞다. 하지만 국토부의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라는 지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업무가 아닌 정부조직법을 다루는 국회의 ‘일’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 발목 잡혔다.

익명을 요구하는 국토부 관계자들은 물관리 일원화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환경부 중심의 ‘공론화’ 작업도 정정당당하지 않다고 꼬집는다. 

수자원공사 등 막대한 예산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일에만 눈이 멀어 ‘그럴듯한(?)’ 수치만을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뭄 등 기후 변화 요인에 따른 수질 관련 연구개발(R&D)은 뒤로한 채 부처 몸집 키우기에만 혈안이라고 지적한다.

미래 지향적인 수질 개선 업무를 알리기 보다 눈에 보이는 4대강 보의 수질 문제만 부각시켜 우호적 여론 확보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을 비꼰 대목이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따. 불공정 게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설정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신규 택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선수(개발)가 심판(환경보존)의 판정에 불복, 독단적으로 경기에 나선 대표적 불공정 경기의 사례다.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향후 물관리 일원화로 선수와 심판이 하나 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미리 보여줬다.

환경부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에도 토목직이 있어 충분히 수자원 개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며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건설·토목인들에게 환경부의 매력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개발 업무에 욕심을 내는 것, 이 자체가 부처의 성격과 모순된 업무라는 점을 잊어버린 듯하다. 마치 일본인이 일본인 심판이 등장한 한-일전을 공정한 경기라고 주장하고 있는 꼴이다. 

현재로서는 물관리 협의체 등 공정한 경기 규칙을 세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