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지못미, 4대강!
[전문가 기고]지못미, 4대강!
  • 선병규 기자
  • 승인 2017.06.05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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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태계조사평가협회 부회장 성낙필

[전문가 기고](사)생태계조사평가협회 부회장 성낙필   

 

지못미, 4대강!

 

40여 년 전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어린시절을 보낼때 이따금씩 아버지 친구분들과 함께 지금보다는 다소 소박했던 마포대교 하방의 한강변을 찾았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던 여울, 동심에 두려움도 주었지만 그리 깊지 않았던 수심, 여유로웠던 모래톰, 어른들의 투망질에 따라 무겁게 올라오던 이름 모를 물고기들...

시간은 물처럼 하염없이 흘러 한강은 참 많이도 변해 갔다. 2009년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지날 무렵 풍운의 뜻을 품고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마치 필연처럼 물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 조성사업’에서 이어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정체불명의 위기가 파도처럼 밀려온 것이다.

마음이 급했다. 당장 약 6개월간의 계획을 세워 환경부에서 시행한 ‘전국내륙습지 정밀조사’자료를 근거로 양호한 습지를 찾아 전국을 떠돌았다.

하지만 해당지역에 도착할 때 마다 내 입에선 허탈한 탄식과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너무도 빨랐다. 마치 전쟁을 하듯 4대강변의 양호했던 내륙습지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천지신명이 도왔나 금강의 중상류에서 너무도 훌륭한 하안습지를 발견했다.

물론 그곳도‘4대강 살리기(?)’사업의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여있었지만 해당 지자체와 민간단체 그리고 나와 같이 이름 없는 몇몇 한량들의 노력으로 지켜졌다.

덕분에 2011년~2012년에 걸쳐 하안습지의 역할과 생태적 기능, 역할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한 소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하천은 생태적, 기능적으로 연결돼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으로 연계된 경관(network landscape type)요소이며 이러한 하천은 매우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이자 종의 공급원이며 이동로의 기능을 담당한다.

또한, 인간에게는 심미적 안정성 및 레크레이션과 휴식을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를 제공한다’라는 매우 기본적이고 교과서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러나 2017년 현재, 이런 말들이 너무도 공허하다.

어찌됐건 우리의 4대강은 이제 큰빗이끼벌레조차 숨을 쉬기 어려운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니, 아직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아 혼란스럽다.

필자는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정치적 이슈와 그 과정에서 의혹들로 지목되고 있는 각종 비리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지 않다.

그런 것 까지 논할 지식과 정보도 없지만 무엇보다 나름대로 하천환경과 생태를 공부한 소위 전문가로서 작금의 아픈 4대강에게 변명만 늘어놓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최근 상상도 하지 못했던 희망의 싹을 보았다. 그동안 하천관리에 있어서 크게 국토부와 환경부로 나눠져 있었던 물관리 체계에 대해 ‘물 관리의 환경부 일원화’라는 새로운 정책을 새 정부가 밝힌 것이다.

이것은 가히 혁명적인 정책변화이다. 그동안 하천과 물관리 체계에 대해 단 한번만이라도 관여하고 참여하고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단 한명도 이러한 정책 변화에 대해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가 알았던 문제이지만 어느 누구도 이렇게 통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자를 포함해 많은 학자들과 공무원들 기업들 그리고 정치인들 모두가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할 것이다.

이제 첫 단추를 끼웠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천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생명의 근원이자 국토의 핏줄이다.

지난 정부에서 어떤 이유로든 ‘4대강 사업’을 시행하면서 오로지 물만 바라봤듯이 복원의 과정에서도 또 4대강 그 자체의 물에만 집착 한다면 그야말로 배가 산으로 갈 우려가 있다.

강을 이루는 물과 하상의 모래, 자갈과 같은 재료들, 그리고 하천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각종 식물과 동물들은‘하천의 연속성 이론’에서 말하듯 육상의 삼림과 토양에서 비롯되며 상호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안정된 환경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년지대계를 세워야한다.

인공호흡을 통해 당장 숨을 쉬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임시적인 응급조치에 불과한 것이다.

우선 필자를 포함해 4대강을 지켜주지 못한 모든 사람들의 반성이 있어야 하며 가해자인 우리 인간들이 우선적으로 상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당연히 쉽지만은 아닐 것이고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각 분야별 전문가와 정책입안자, 민간단체, 지자체 그리고 시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구성과 지속적인 상생을 추구하며 견인해 갈 생태적 리더 또한 필요해 보인다.

어찌보면 너무도 지난해 보이는 과정일지도 모르지만 수 십 년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물관리 체계의 일원화’가 우리 앞에 순식간에 다가왔듯 불가능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답답했던 하늘이 요사이 가슴 시리도록 청명하다. 희망이 보인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4대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