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충격, 위기상황이다
고유가 충격, 위기상황이다
  • 국토일보
  • 승인 2008.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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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이 지난 28일 뉴욕상품거래소의 시간외 거래에서 장중 배럴당 119.93달러를 기록하며 WTI 선물도입이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배럴당 120달러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유가인 두바이유 가격 역시 배럴당 108달러대를 넘나들며 110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WTI는 1년전 배럴당 65달러에서 무려 80%가까이 폭등해 세계적인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다.


 물론 고유가 행진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예상밖의 급상승세가 지속되는데다 전문가들조차 어디까지 오를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런 양상을 보여 충격이 더욱 크다.


 게다가 우리의 입장에선 불안스러운 원· 달러 환율까지 가세,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에 물가 불안만  가중되는 형국이어서 이만저만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전문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유가 충격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유달리 큰 것으로 나타나 안타깝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의 석유수입 규모가 세계 5위인 데다 원화로 환산한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서만 무려 29%나 올랐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28일 현재까지 달러 기준으로는 21% 올랐고 엔화와 유로화 기준으론 각각 12%, 11% 오른 수준이었다.


 그만큼 원화 값이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원화로 환산한 유가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보다도 뒤떨어지는 석유· 가스 자주개발률(2005년 기준 4.1%)과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에너지 효율 등을 감안하면 고유가 충격은 가히 세계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과연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가 이를 극복하고 성장을 차질없이 이뤄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런 ‘에너지 대란’에 우리는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좀 더 진지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기름을 100% 수입하는데 정부는 장기대책을 어떻게 세워놓고 있는가”라면서 “한 국가가 장기 전략도 없이 그렇게 국정을 한다는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한 사례가 이런 우려를 극명하게 대변해 준다.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가 지난 24일 확정 발표한 대책이 궁여지책이란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대통령이 지적한 맥락과는 궤를 달리한 때문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냉난방 온도를 규제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아파트나 차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소극적 대응으론 궁극적 해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충격을 넘어 비상상황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임시방편적인 대응으론 더 큰 위기를 잠복시킬 뿐이다. 궁극적 해법을 찾는 게 역시 정도(正道)이며 그 첩경은 에너지 확보를 위한 효율적 국가 전략의 수립과 실행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을 비롯한 자원보유국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은 우리나라의 자원확보 전략이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느 대사는 “에너지 정책이 없는 나라”라고 꼬집을 정도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첨단기술로 에너지 개발에 나서는 것도 아닌데 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가적 전략과 노력마저 시들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들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쓴 소리다.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개편이나 대체에너지의 개발 노력 강화, 소비절약의 생활화 등 우리가 기울여야 할 노력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대책의 무게 중심은 역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자원외교의 강화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해 온 이명박 정부의 기본 시각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고 싶으며 아울러 그러기에 이에 상응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 역시 이끌어 내야 할  책무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