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43>치킨게임과 외교
[안동유의 세상만사]<43>치킨게임과 외교
  • 국토일보
  • 승인 2015.08.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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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치킨게임과 외교

추억의 스타 중에 제임스 딘이라고 있었다. 자이언트, 에덴의 동쪽, 이유없는 반항 등 명화의 반열에 드는 영화에서 명품 연기로 인기를 구가했던 이다.

우수에 젖은 듯한 눈빛으로 강렬하게 쏘아보며 소녀들의 넋을 빼놓았다고 한다. 요절해서 더욱 ….

개인적으론 에덴의 동쪽이란 영화에서 건들거리며 걷다가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멈춰서는 걸음걸이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의 영화 이유없는 반항은 젊은이들의 광란 같은 자동차 질주 장면으로 유명하다. 절벽으로 나란히 차를 몰고 달리다가 먼저 멈추거나 뛰어내리는 쪽이 겁쟁이로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이른바 치킨 게임이다.

누구든 어는 문화권이든 갱에이지의 시절엔 유치한 힘겨루기나 만용에 가까운 배짱 싸움으로 남성다움을 뽐내거나 자기의 힘을 과시하는 묘한 심리가 있다.

우리나라도 드라마 왕초나 소설 태백산맥을 보면 철교에서 기차를 먼저 피하는 쪽이 겁쟁이가 되어 무리의 주도권을 뺏기는 장면이 나온다.

며칠 전부터 광복 70 주년이네 대규모 사면이네 하며 8.15 광복절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뉴스에서 위안부 문제가 자주 다루어지고 위안부 관련 집회 장면이 티비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불행하게도 며칠 전엔 일본 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위안부 문제 항의 수요집회에서 분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최근에 국제 외교에서 한국 주위에 벌어진 일들을 짚어 보면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한국만 왕따가 된 기분이다. 일제 때 강제 동원된 노동력 착취와 학대에 대하여 미쓰비시가 한국 피해자에게만 사과를 하지 않았다.

정부는 재판 결과를 지켜 보잔다. 우리는 늘 이랬다. 여태껏. 이게 우리 정부의 정확한 태도다.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치킨게임에서 늘 겁많은 치킨임을 드러낸다.
대일 외교 관계와 경제, 정치적인 협조가 파탄 날까 두려운 티를 그대로 드러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 회의에서 아베와 마주쳐도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성의를 보이라고 강경하게 나오더니 언제부턴가 신문과 티비 뉴스의 논조가 역사와 외교는 분리하여야 한다는 쪽으로 슬그머니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러니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호구 취급한다. 배짱 약한 한국은 또다시 아베정권에 패배했다. 그들은 갈 때까지 가 보자 하는데 외교니 실리니 하며 먼저 접는다. 시작을 말든지.

먼저 흥분하다가 먼저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할려면 제대로 하자.

북한과도 쓸데없이 강경노선만 유지하다 대화도 못하고 있다.
목함 지뢰 사건에서 마치 전쟁이라도 할 듯 원점 타격 운운하며 화만 버럭버럭 낸다.

한국의 주관적 소아병이 도진 것이다. 객관적 합리적 분석을 못하고 소영웅주의에 흥분해서 안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니 가소롭기만 한 것이다.

실리도 못 챙기고 나라 체면도 구기고….

어느 정도까진 밀어 붙여도 절대 외교관계 파탄나지 않는다. 저들도 그게 부담된다. 그런데 늘 우리가 먼저 속을 보여서 탈이다.

청일 전쟁에서 평양을 공략하던 일본은 화력을 다 쏟아 붓고도 함락하지 못하자 철군하려 했다. 그 순간 청군이 백기를 올렸다. 고스란히 청군을 먹은 것이다.

청나라 군대가 냉철하게 상황 판단을 했다면 화력을 소진한 일본군의 조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겁먹고 제대로 싸울 의지가 없어 그런 시도조차 못했던 것이다. 이후 중국은 일본에 연전연패하며 동아병부로 취급받고 반식민지의 나락에 떨어졌다.

국제 외교나 정치, 경제 같은 국가경영에서 10대 같은 유치한 치킨 게임으로 밀어 붙여선 안된다. 그렇다고 겁먹은 티를 내며 먼저 접으면 굴욕적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는 사자와 같은 위엄과 여우와 같은 꾀를 지녀야 한다고 했던 것처럼 국가는 실리와 위신을 다 챙겨야 한다.

섣부른 치킨 게임은 말아야 하고 해야 하면 냉철하게 멈춰설 때를 계산하고 마치 절벽으로 떨어질 듯이 밀어붙여야 한다.

지면 실리도 위신도 다 잃는다. 그러자면 실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