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8> 계약금․가계약금의 법적 성격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8> 계약금․가계약금의 법적 성격
  • 국토일보
  • 승인 2015.03.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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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호 변호사 / 법무법인 열림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결혼, 부동산 거래, 금전 대차 등 우리의 일상생활은 모두 법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법을 잘 모르면 살아가면서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이에 本報는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되는 법률상식들을 담은 ‘똑똑하게 사는 생활법률 상식’ 코너를 신설, 매주 게재합니다.
칼럼니스트 박신호 변호사는 법무법인 열림의 대표변호사이자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겸임교수로 상속, 이혼, 부동산 등의 다양한 생활법률문제에 대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박신호 변호사 / 법무법인 열림 / legallife@naver.com

■ 계약금(契約金)․가계약금(假契約金)의 법적 성격

계약금, 다른 약정 없는 한 계약 해제 가능한 해약금이다
가계약금, 정식계약 이전 구속력 부여코자 가계약 후 수수하는 것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 임대차 등의 거래를 하게 되면 흔히 ‘계약금(契約金)’이라는 것을 주고받게 된다. 물론 거래대금을 일시불로 완제를 하게 되면 계약금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지만, 부동산 거래의 경우 금액이 크다 보니 일시불로 거래대금을 지불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금액을 쪼개어서 계약금, 중도금, 잔금 형태로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금이란 이처럼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수수되는 금전 또는 그에 상응하는 유가물을 말하는 것인데,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해약금(解約金)으로서의 성질을 갖게 된다(민법 제565조).

계약금이 해약금으로 기능할 수 있는 시기는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인데 이와 같이 이행에 착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또는 이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매수인이 중도금 또는 잔금을 지급하거나 중도금 또는 잔금을 지급하기 위해 은행대출을 받은 경우, 잔금을 모두 통장에 준비해 놓고 부동산의 명도를 요구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은 “유상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금이 수수된 경우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없는 이상 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계약불이행으로 입은 실제 손해만을 배상받을 수 있을 뿐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 상대방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54693 판결).”라고 판시하여 별도 약정이 없는 경우 계약금을 해약금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만 보고 위약금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상 거래에서 보면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가계약’이라는 것을 체결하고 ‘가계약금(假契約金)’을 주고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계약이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아직 정식계약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서로에게 구속력을 부여하고 싶을 때 체결되는 것인데, 부동산거래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정식계약의 계약금은 거래대금의 10% 상당이고 이러한 계약금은 곧 해약금(위약금 규정이 있으면 위약금의 성격까지)으로서의 성격을 가져서 서로에게 엄청난 구속력을 갖게 되는 것이므로, 아직 이 정도로 계약체결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계약의 체결 자체에는 서로의 의사합치가 되었지만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또는 10% 상당의 계약금이 준비되지 않아서 그보다 적은 금액으로 가계약금만 걸고 싶을 때 등의 경우에 가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계약은 순수하게 법적으로 보자면, 정식계약의 체결에 대한 일종의 예약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며, 가계약금이란 추후 정식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 서로에게 구속력을 부여하는 해약금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가계약의 성격에 관해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라고 판시, 비록 형식이 가계약서라고 하더라도 이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이 합의돼 있는 등 매매계약의 중요 요소들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경우에는 매매계약이 성립된 것과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한편, 부동산중개인이 계약을 성사시키고 싶은 마음에(보통 매수인은 나타났는데 갑자기 매도인에게 연락이 안된다든지, 매도인이 결정을 미룬다든지 하는 경우) 매도인의 승낙없이 가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무권대리 행위이므로 본인(매도인)의 사후 추인이 없는 한 해당 가계약은 무효이고, 이와 같은 경우 별도로 표현대리(表見代理)의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 한 매수인은 계약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는 없고, 중개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유의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