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수제화 제작 40여년 민태희 씨
대전지역 수제화 제작 40여년 민태희 씨
  • 김환일 기자
  • 승인 2014.11.26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대전 서구 유등로 383에 잡리잡은 민태희씨 공방.30평 남짓한 공간에 구두 외피로 쓰일 가죽 무더기와구두굽,미싱(재봉틀),스카이빙(skiving·가죽피할기) 등이 놓였다.

 

운도남 운도녀 트렌드 중심에 대전지역 수제화 명성 이어가

 

대전 서구 변동 허름한 골목, 인근 주민센터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될 김장준비로 분주하지만 귀퉁이를 돌아 한 공간에 들어서면 갑자기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 확 밀려오는 본드와 가죽냄새 사이에서 일일이 손으로 가죽을 재단하고 풀을 발라 밑창을 만드는 기술자들의 모습은 1970년대 공장 풍경과 사뭇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손수 만들이 내는 신발이야말로 당대 유행의 척도를 대변한다. 그들의 눈과 끼에 포착되는 기준이야말로 트렌드를 창조하고 문화를 여김없이 잉태해낸다.

여기에 자신이 믿는 한가지 일에 전념해온 진정한 장인이 있다. 수제화 제작자 그레이트 대표 민태희씨.

민태희씨는 이 지역에서 진정한 수제화 명인으로 통한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진정한 장인의 길을 가고 있다.

민태희씨도 여타 장인들처럼 15세에 수제화 제작에 입문 45년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반평생을 신발 만드는 일에 전념해 온 그에게 수제화에 대해 묻자 주저없이 '편견'이라고 소리 높였다.일부 유명 브렌드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수제화에 대해선 품질도 낮게 취급하는 소비자들의 천박한 인식을 경계했다.

"백화점에선 한 켤레 몇십만원이 훌쩍 넘어도 당연하게 사면서, 여기선 10만원도 비싸다고 합니다.거품인데 국내에서 재료로 쓰고 있는 가죽은 거의 다 같고 착용감과 튼튼함 디자인도 전혀 뒤지지 않거든요”

“수제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요. 직접 디자인해 종이에 본을 뜬 후 가죽을 재단합니다. 디자인에 따라 조각조각 잘려진 조각들을 미싱사들이 박으면 바닥을 만들어 붙입니다. 바닥 하나를 만들기 위한 공정도 복잡해요. "

 신발 한 켤레를 만들기 위해선 최소 5,6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루 이들이 만들낼 수 있는 신발은 최대 30켤레. 그의 공장 2층엔 수백 개의 신발이 쌓여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바쁜 날들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 수제화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값싼 중국산 때문에 휘청이더니 이젠 불황에. 재료비도 올랐다. 기술자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있다.

 그는 그래도 최고의 재료를 고집한다. 그것이 40년 이상 외길을 걸어온 ‘장인’의 자존심이다

 특히 민태희씨는" 기술자는 신발만 만들어서는 안되고 고객의 자존심과 눈높이도 봐야 하거든요.."이런 자부심때문에 어린 나이에 이 일을 천직으로 삼고 버텨왔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가 가장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도 바로 자기 제품에대한 '자심감'이다.

 초창기 수제화 제작자자로서 감내해야만 했던 '세월의 무게'를 묻자 민태희씨는 "일에 빠져 이것 저것 생각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을 정도로 보람이 컸다"고 밝혔다.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쏱아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일이었고 그것을 하고 있는 지금도 너무 행복하다는 얘기.

한때 호황을 누리던 수제화 시장은 몇년전 불어닥친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운도남(운동화를 신는 도시 남성), 운도녀(운동화를 신는 도시 여성)들이 증가로 불황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실속과 멋, 실용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젊은 층으로 확산되고 편안한 캐주얼 룩이 선호되면서 운동화를 신는 소비층이 증가한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제화 제작자로서 마지막 세대인 그가 손을 놓게될 10년 후면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다. 수제화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 평발에서부터 발이 불편한 장애인, 기형적인 발을 가진 이들에게 맞춤신발은 필수다.

구두를 만들려면 우선 구두 모양의 기본틀을 만든다. 골 또는 라스트(last)라고 부르는 뼈대로, 앞이 뭉툭한 구두를 만들고 싶으면 뭉툭하게, 뾰족한 구두라면 뾰족하게 플라스틱을 찍어서 만든다.

이 골에 대고 구두모양을 그린 후 그것을 가죽에 옮겨 가죽을 재단한다(이렇게 재단한 가죽을 갑피라 부른다). 골에 대고 신발 바닥심(중창)을 대고 갑피를 붙인 후 다시 신발 밑창(창)과 굽을 달아 구두가 완성된다.

“혼을 담아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만드는 수제화가 명품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꼭 오리라 믿어요. 외국산 브랜드에만 장인이 있나요. 여기 수제화 제작에도 30,40년된 장인들이 수두룩 합니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내 신발을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위한 신발을 만드는 것이 꿈이죠.” 그래서 그는 최근 태평동에 있는 1층 상가에 직영 매장을 오픈했다.수제화 제작자로서 소비자와 직접거래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민태희씨는 여건이 허락된다면 섹스폰 동우회를 통한 봉사활동을 확대하고 싶다고도 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으로 외도없이 자기 길을 가고있는 민태희씨.

"신사의 품격은 화려한 구두 굽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신발이 제공해주는 여유에서 발산된다".는 누군가의 말에서 한번쯤 수제화에 관심을 갖는 것도 진정한 스타일리스트 아닐까 /  김환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