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판례<46>
건설부동산 판례<46>
  • 국토일보
  • 승인 2014.06.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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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 변호사 / 법무법인 지평

 
건설부동산 판례

本報가 건설부동산 관련 업무 수행 중 야기되는 크고 작은 문제 해결을 담은 법원 판결 중심의 ‘건설부동산 판례’ 코너를 신설, 매주 게재합니다. 칼럼리스트 정 원 변호사는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이자 건설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맹활약 중입니다.
또한 정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민사법실무 및 정비사업임원교육과정 강사 등을 역임하는 등 외부 주요활동을 펼치며 건설부동산 전문가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 원 변호사 / 법무법인 지평 wjeong@jipyong.com

■ 회생회사 관리인의 계약해지권 행사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

관리인의 채무자회생법 의한 해지권 행사는 ‘적법’ 평가
“이를 근거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할 수 없다” 판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은 공정한 입찰 및 계약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입찰참가를 배제함으로써 국가가 체결하는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부정당업자 제재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자치단체계약법’)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법’)도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가계약법과 지방자치단체계약법에서는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반면 공공기관법에서는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법은 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 운영상으로는 이러한 차이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법의 위임을 받아 제재사유를 정하고 있는 ‘공기업ㆍ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이하 ‘계약사무규칙’)에서 국가계약법 시행령 상의 제재사유를 그대로 준용함으로써 차이가 부각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작년 11월 18일 계약사무규칙이 개정되면서 논란이 많던 일부 사유를 삭제함으로써 비교적 명백한 사유에 한정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오늘 살펴볼 판례는 계약사무규칙이 개정되기 전의 사안에 관한 것입니다.

A는 한국도로공사와 음성-충주간 고속도로 공사에 관해 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부도가 발생하자 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후 A의 관리인 B는 도급계약을 유지할 경우 원가율 과다로 향후 자금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것을 선택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A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6개월 동안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했습니다. 이에 A가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1심 법원은 A에 대해 패소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A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회생법에서 회생절차 개시 당시에 채무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쌍무계약에서 관리인에게 계약해제․해지 또는 이행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회생회사의 사업의 정리․재건을 원활하게 함과 동시에 양 당사자 사이의 형평성을 도모하고자 마련한 것으로 채무자회생법의 입법목적은 다른 법률을 적용․해석함에 있어 존중되어야 하므로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해지권을 행사한 경우 그러한 해지권 행사는 적법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하므로 이를 근거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4. 4. 30. 선고 2013누28130 판결).

입찰참가자격제한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면 채무자회생법에서 회생회사의 회생을 위해 관리인에게 계약해지권을 부여한 입법취지가 훼손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판단으로 보입니다.

위 판결은 국가계약법 상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 또는 이행하지 아니한 자’의 해석에도 중요한 지침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