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렬의 의학상식] 아파야 오래산다<99>
[백종렬의 의학상식] 아파야 오래산다<99>
  • 국토일보
  • 승인 2013.12.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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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박사 백종렬 원장의 ‘아파야 오래산다’ 주요내용을 연재합니다

 
아파야 오래산다

지난 82년부터 ‘백내과’ 의원을 개원한 이래 지역주민 건강지킴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백 박사는 연세대 의대 졸업후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 취득, 이화여대 내과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한 백 박사는 이 책에서 총 5개 Chapter로 구성해 각 부문에 대한 ‘증세로 본 질병백태’를 소개,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관심 갖기는 물론 정확한 의학상식을 통해 건강챙기기를 유도하고 있다. [상담전화 02-2677-5677/http:clinic104.co.kr]

 

■ 건강을 지키자 | 오염된 공기.나쁜 습관으로 폐는 괴롭다<2>

암 치사율 감소 불구 ‘폐암’ 사망자 수 증가
남성 전유물 ‘폐암’ 최근 여성 흡연으로 급증

■ 폐의 공기정화 과정
폐의 공기정화 과정은 코안에 있는 털에서부터 시작된다. 코털이 큰 먼지 입자들을 걸러내고 다음에 코와 목, 기관지 통로에서 분비되는 끈적끈적한 점액이 파리잡이 끈끈이 구실을 하면서 미세한 먼지 입자들을 잡아낸다. 그러나 진짜 정화작업은 섬모(纖毛)가 담당한다. 섬모는 극히 미세한 털로 공기가 들어오는 폐의 통로에 수천만 개가 돋아 있다.

이 섬모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보릿대처럼 1초에 12회 정도 앞뒤로 물결치듯 흔들린다. 이 섬모들이 위로 쏠리면서 점액을 아래쪽 통로에서 인후로 쓸어 올리면 그 곳에서 이 점액을 쉽게 삼킬 수 있게 된다.

■ 담배연기, 오염된 공기로 죽어버린 섬모들
현미경으로 섬모를 살펴보면 담배연기나 몹시 오염된 공기가 섬모 위로 덮일 때 이들은 앞뒤로 물결치듯 흔들리는 동작을 중지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시적인 마비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자극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섬모는 쇠약해져 죽게 되며 일단 죽고 나면 다른 섬모로 대체될 수가 없다.

오랫동안 흡연을 하는 사람의 경우 이 섬모이 대부분은 죽었고, 이에 따라 공기가 들어가는 통로의 점액을 분비하는 막들은 정상보다 두꺼워져 있다. 이로 인해 점액이 폐포 속으로 흘러들어가 폐에 물이 차게 하는 위험수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런 일을 막는 한 가지 작용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터뜨리는 시끄러운 기침으로 이 기침은 죽어 버린 섬모를 대신해 점액을 밖으로 뱉어낸다.

■ 과거엔 희귀했던 폐암, 왜 늘어나고 있을까
옛날, 다시 말해 공기오염이 적고 흡연이 보편화되지 않던 시절에는 폐암이 희귀한 병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종류의 암의 치사율이 감소하고 있는 요즘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기술적으로는 기관지암이다)는 증가하고 있다.

폐암은 오랫동안 거의 남성에게만 국한돼 나타나는 병이었고 암으로 인한 남성 사망자의 30%는 폐암이었다. 그러나 여성흡연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여성의 폐암 빈도도 꾸준히 증가했다. 비단 흡연만은 아니겠지만.
공업화와 도시성장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공기오염으로 우리는 유독성 물질에 노출되는 일이 더 많아졌다.

폐가 환경에 직접 노출되는 비율은 신체의 어느 부분보다 크다. 폐의 표면적은 피부보다 40배나 넓기 때문에(폐 한쪽의 표면을 펼치면 테니코트 절반을 덮을 수 있다) 폐는 공기의 질에 예민한 것이다.

원래 폐는 핑크빛의 해면조직을 하고 있지만 도시에 오래 살았거나 흡연을 오랫동안 한 사람의 경우에는 칙칙한 흑회색으로 더럽혀져 있다. 오래된 공기정화기의 필터처럼.

■ 흔하고 낫지 않는 병, 천식
동물의 털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애완용 고양이나 개를 키울 수 없다는 사람을 한두명 정도 모르는 사람을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반응은 기관지 천식 등을 포함해 몇 가지 형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의 털만이 우리에게 천식을 일으키는 이물질이 아니라 이 밖에도 특정한 화학물질이나 식품 등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흔히 환자가 알레르겐이라고 부르는 자극물질을 들이마시면 작은 기관지 속에 들어있는 고도의 예민한 근육이 격렬한 경련을 일으키면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

기도가 바늘구멍처럼 좁아져 막히면 사실상 질식상태가 되며 완전히 회복되려면 며칠이 걸린다. 천식은 완치될 수 없지만 일단 천식 증상을 일으킨 물질을 알아내기만 하면 여러 가지 치료법으로 천식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천식환자에게 주사제로 과민성을 제거해 천실발작을 방지할 수 있다. 심한 증상이 나타나면 천식을 지연시키는 약의 도움을 받는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입원해 기계식 호흡기를 사용해야 한다.

■ 산소가 부족하다(?)
깊고 빠른 호흡을 초래하는 질식 공포감인 ‘공기결핍증’을 전문용어로는 과환기증 또는 과호흡이라 부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과호흡의 진짜 위험은 숨이 가빠져 더 많은 공기를 흡입하게 되는데 있다. 이 때 인공호흡이나 산소호흡기를 쓰면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과환기증은 현기증, 어지럼증, 발한, 심장박동증가, 수족 마비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실신하는 경우도 생긴다. 겉보기에는 산소부족으로 인한 심장발작이나 호흡곤란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경우는 이산화탄소의 부족으로 오는 혈액활동의 장애로 생기는 증상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산소를 좋은 것, 이산화탄소를 나쁜 것으로 알기 쉬우나 인체는 일정 이상량의 산소는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이산화탄소가 일부 몸 안에 남아있는 것은 정상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인 것이다.

이 증세를 멈추려면 환자의 입에 종이 주머니를 대고 호흡하도록 시킨다. 이런 행동을 통해서 환자가 자신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들이마시도록 하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균형이 맞아 호흡이 정상화된다. 환자가 기절한 경우 호흡이 잠시 중단될 수도 있지만 신진대사에 의해 충분한 이산화탄소가 몸 안에서 생성되면 자연적으로 다시 호흡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