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⑨
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⑨
  • 장정흡 기자
  • 승인 2013.11.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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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 4·5단계

불에 탄 배출가스 연소탑 100일만에 완벽 복구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사우스파 4·5단계 공사 현장에 플레어 스택(배출가스 연소탑)이 두 개 있었다. 그 중 한 개에 불이 붙었는데, 이것은 위급 상황이었다. 플레어 스택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폐가스가 공장 파이프라인에 차오르면 거의 완성된 설비가 모두 폭파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플레어 스택 중 한 개는 동시에 시공, 시운전이 완료돼 가동이 되지 않고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0분쯤 되자 불이 난 플레어 스택의 중간 부분이 부러졌다. 소방차를 불러 일단 불을 끄기는 했으나, 망가진 플레어 스택의 설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일단 발주처 관계자들을 만나 예정 공기에 지장 없이 앞으로 100일 만에 복구시키겠다는 약속을 해 안심시킨 후 플레어 스택의 설계부터 바꾸는 작업을 실시했다.

설계에서부터 자재 발주까지 모든 것을 1주일 만에 끝냈다. 약 1,000명의 인력이 동원돼 밤샘 작업을 한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외국 기업에 제작을 맡길 경우 시간이 너무 걸리므로 한국 엔지니어링 회사에 맡겨 플레어 스택 제작에 착수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주해 한국으로 공수하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고, 한국 엔지니어링 회사에서는 40일 만에 플레어 스택 제작을 끝냈다.

그러나 제작된 플레어 스택을 공사 현장인 이란까지 옮기는 것이 문제였다. 이 긴급 공수 작전은 육해공(陸海空)을 모두 활용했다. 일단 먼저 김포공항으로 플레어 스택을 싣고 가서 러시아 수송기를 이용해 두바이 공항까지 갔다. 그리고 거기서 배에 싣고 이란 공사 현장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해 사건이 일어난 지 100일 만에 불에 타버린 플레어 스택을 새롭게 제작,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04년 12월 10일 플레어 스택에 불을 붙였다. 자칫 공사 중이던 전체 설비가 다 폭발할 수도 있었던 위기일발의 순간에 빠른 판단력과 적극적인 대처로 사건을 해결한 결과, 사우스파 4‧5단계 공사는 예정 공기보다 1개월 빠른 35개월 만에 완공을 보았다.

공기를 1개월 앞당겨 공장가동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당시 이란 GNP의 2% 상승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이란 대통령도 현대건설의 시공능력을 진심으로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