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엔지니어링 발주기준 재고할 때다
건설엔지니어링 발주기준 재고할 때다
  • 하종숙 기자
  • 승인 2013.05.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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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Review] 하 종 숙

건설엔지니어링 발주기준 재고할 때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입법예고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 ‘판로지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상위 엔지니어링 기업이 반대입장을, 대다수 중소기업은 환영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과 부합, 관심을 모으고 있는 ‘판로지원법’ 시행령 개정안은 2억3,000만원 사업에 대해 대기업 참여를 원천봉쇄하고 중소기업 발전을 위해 1억원 미만은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이, 1억원 이상 2억3,000만원 미만은 중소기업만 참여토록 최종 수정됐다.

중소기업 발전을 유도하고 상생과 공생을 위한 정부노력 차원에서만 생각한다면 별문제 없어 보인다. 박수까지 치며 환영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건설엔지니어링은 기술인력을 앞세운 기술을 파는 가치산업으로, 건설엔지니어링이 공장에서 똑같은 물품 찍어내는 제조업이 아니기에 사업수행능력을 배제한 사업 종업원 수로만 따지는 용역발주는 문제가 있다.

SOC 등 국가 주요시설물 및 기반시설에서 제일 먼저 고려돼야 할 중요 업무는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기본설계, 설계의 경제성 검토 및 감리, 각종 영향평가 등으로 사업성패를 가르는 중대한 작업이다.

이번 개정안 대로 라면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 기본계획 등의 용역은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 소기업이 이 업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용역금액이 예비타당성조사의 경우 몇천만원에서 1억원 미만이고 기본계획 역시 2억3,000만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상공인, 소기업, 중소기업 등의 업무 수행능력을 전적으로 불신하는 것은 아니다.

예타, 기본계획 업무는 사업비는 작지만 업무의 중요성은 사실상 사업 성패를 가늠하는 중차대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용액금액으로 정하고 종업원 수로 짤라 발주한다는 생각은 어떤 근거에서 비롯됐는지 참으로 발상 자체가 놀랍다.

종업원 수로 짤라 발주한 용역의 국책사업 총사업비는 어느정도일까? 수천억원, 조 단위까지… 정부공사 규모는 사업 성격에 따라 다 다를 것이나 수천억원을 들이는 공공사업 수행에 있어 첫단추를 잘못 끼운다면 ‘설계변경 하면 되지!’ 할 것인가?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물론 국민안전을 무시한 부실초래까지 야기되는 문제점이 우려된다.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60여년 넘게 국토의 효율적 건설로 국민 삶의 질적 제고를 유도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국책사업 뿐만아니라 철도․항만․교량 등 국가 주요시설물, 개발사업은 그만큼 국민 경제발전과 직결된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건설엔지니어링산업은 엔지니어 역량과 시스템이 중점 체크돼야 하는 기술위주의 사업수행 능력을 우선해야 한다. 특히 국가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점은 효율적인 사업 수행 유도가 필수 조건이며, 부실을 사전차단하는 안전 또한 중요성이 강조된다.

작금 ‘건설기술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기술 고부가가치화로 해외건설 활성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강력 드라이브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처가 달라, 법이 달라 기본을 무시한 제도 시행은 건설산업 미래발전을 배제한 채 생생내기에 급급한 ‘실적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

새정부 들어 산업 진흥을 위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은 사실이다. 눈앞 이익이나 실적에 연연, 기본을 무시한 제도 수립과 시행은 고스란히 국민피해, 국가손실로 이어짐을 간과해선 안된다. 또다른 정부가 들어서는 5년 뒤에는 어떻게 하려는가?

건설엔지니어링산업이 밥그릇 싸움으로 치달아서도 안되지만 나눠먹기식 정책이 수용될 수 없음을 다시한번 각인해야 한다.

건설산업의 ‘세계로 세계로’를 외치고 있는 현재 건설엔지니어링의 발전은 물론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발주기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종숙 기자 hjs@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