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 인터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고광재 본부장
[창간 30주년 특집 인터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고광재 본부장
  • 신용승 기자
  • 승인 2024.03.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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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원지역 17만여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지원”

중대법 확대로 사업장 혼란… 산업안전 대진단 = 안전 내비게이션
전체 사망사고 중 건설업 54%, 전년 比 사망자 8.1% 감축 목표
공단 최초 ‘산업안전 대진단 직원 업무 매뉴얼’ 배포
안전모로 추락사 예방 가능, 시스템비계 등 설치비용 142억원 지원
고광재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안전 대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이수재 실장.

[국토일보 신용승 기자] “산업안전 대진단은 소규모 사업장 안전 내비게이션입니다. 대진단이 안내하는 데로 따라가다 보면 안전수준을 자가 진단하고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단계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2년 공단에 입사해 30여년 동안 안전 외길 인생을 걸어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고광재 본부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안전 대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됨에 따라 83만 7,000여개소의 소규모 사업장은 새롭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29일부터 전국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 상담·지원 센터’를 개소해 운영 중이며 안전보건공단이 일선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고광재 서울광역본부장은 공단 최초로 ‘산업안전 대진단 직원 업무 매뉴얼’을 제작해 직원들에게 배포함으로써 관내 사업장에 원활한 안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에 본보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고광재 본부장을 만나 산업안전 대진단 활성화 방안과 서울지역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고견을 들어본다.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 조직 및 기능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는 1990년 2월 27일 개원했으며, 2020년 지역본부에서 광역본부로 승격했다. 2021년 지금의 서울역 청사로 이전, 올해로 개원 34주년을 맞이했다. 서울광역본부는 서울에 서울남부·동부지사를, 강원도에는 강원지역본부와 강원동부지사를 소속기관으로 두고 있다.

서울광역본부장은 서울(사업장 60만 개, 근로자 456만 명)·강원(사업장 10만 개, 근로자 53만명)지역의 중대재해조사 지원과 위험기계·기구 안전인증 업무 등의 산재예방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서울시 9개 구(종로구·중구·동대문구·서초구·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용산구·강남구) 소재 산업현장 근로자에 대해서는 산재예방 서비스를 직접 실시 중이다.

-서울광역권역 재해현황 및 예방전략은

▲2022년 서울·강원지역 사고사망자는 130명으로 업종별 건설 66명, 서비스 32명, 운창통 19명이다. 발생형태는 떨어짐 49명, 교통사고 20명, 부딪힘 16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본부 관할에서 건설업 사고사망이 차지하는 비율은 54%로, 전국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 약 46%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은 그 전년에 비해 사고사망자 발생이 2배 증가했으며, 건설업과 마찬가지로 특정 지역구인 강남·서초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높아 사망사고 다발·고위험 업종과 지역별 맞춤형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광역본부는 올해 고위험분야에 대한 집중관리를 주요 추진 전략으로 삼고 서울시 불량 건설현장 레드존(Red-Zone, 강남구·서초구·마포구) 및 서비스업 4대 위험업종(Focus4(F4), 건물관리업·사업서비스업·도소매업·음식 및 숙박업)을 핵심 타깃으로 설정했다. 향후 전사적으로 산재예방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며 전년 대비 사고사망자 8.1%를 감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협업 기반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해부터 활동하고 있는 안전문화실천추진단을 적극 활용, 건설현장의 기본안전수칙 지키기 캠페인과 전사적인 ‘안전 절대 지켜’, ‘마이 세이프티 룰’ 캠페인 등을 통해 안전행동 습관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업종별 안전보건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서울안전보건포럼을 2024년부터 시작해 안전보건 관련 핵심 소통창구로 활용, 공단 직원 역량 강화를 통해 산재예방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것이다.

강원지역은 관내 고위험 업종(임업·제조업·서비스업·건설업)을 대상으로 삼아 전용 위험성평가 보급·지원 및 중점지역을 집중적으로 관리·점검하는 추진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임업은 관내 근로자 수 대비 사고사망률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불시점검 및 전용 위험성평가 도입·전파로 안전의식을 개선하는 중이다.

제조업·서비스업은 각각 세부 고위험업종인 기계기구·금속·광물·식료품 제조업 및 폐기물처리업을 중점으로 삼아 위험성평가 지원 및 중점관리를 통해 산재예방 감소에 힘쓰고 있다.

건설업은 재해 다발지역(원주·춘천·가평, 전체의 67% 차지)의 읍·단위 세부 지역을 위험도에 따라 집중 관리하는 ‘지역 안전순찰제’를 도입하고 위험성평가 기반 자기규율예방체계 구축을 제공한다.

-서울지역 건설업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제언

▲우리나라 산업현장 사고사망자 절반은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규모별로는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사고(286명, 40.5%)가 50억원 이상 보다 약 3배(116명, 13.5%) 많이 나타났다. 형태별 추락(215명, 53.5%), 부딪힘(48명, 11.9%), 무너짐(30명, 7.5%) 순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중소규모 건설 현장 대상의 추락사망사고 예방 대책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공단 경기지역본부장으로 재직 당시 3GO 캠페인을 실시한적이 있는데, 3GO는 시설, 환경, 근로자 행동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 건설현장 추락재해를 예방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고소 작업 시 안전망을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 안전대를 체결하고 안전모를 착용하며 개구부 등 추락의 위험이 있는 시설을 사전에 차단해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방지한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 시내에서 21명의 산재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 중 9명이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 이들이 추락한 평균 높이는 4.7m로 공단에서 인증 받은 안전모를 착용했다면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은 13분의 1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안전에 돈이 든다라는 인식이 있는데 안전모는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 최소한의 기본 안전장비다.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하지 않고 안전이라는 작은 습관 하나를 지속하면 관성의 법칙처럼 사업장 내 안전이 향상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공단에서는 50억 미만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시스템비계·수직보호망 등 추락사고 예방 안전시설 설치비용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연간 재원은 서울광역권역 142억원, 서울광역은 45억원이며 각 일선기관으로 온·오프라인 방식을 통해 간편하게 신청 가능하다.

또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대상 공사현장 중 고위험 3대 작업(준공예정, 리모델링·해체, 갱폼 설·해체)에 대한 집중관리와 책임관리지역 지정을 통해 건설업 산재사고를 줄이고자 한다.

고위험 3대 작업에 대해서는 법정 확인 주기보다 단축(6→2개월)해 적기에 기술지도를 실시하며, 지역구별 공단 직원을 지정해 지역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등 밀착 지원할 계획이다.

더불어 건설업 사고사망·중상해가 다발하는 지역(강남·서초·마포)을 불량현장 RED ZONE으로 설정해 패트롤 집중점검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중대재해감시단과 제휴 및 민간기관과의 협업 통해 RED ZONE 내 취약 사업장 정보를 공유해 연계 점검을 추진할 예정이기도 하다.

또한, 지역 다발 기인물인 고소작업대·굴착기·개구부를 중점적으로 집중 점검하고, 50억 미만 중소현장은 불시 점검을 통해 추락·끼임·부딪힘 등 고위험 요인을 개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설업 본사(현장)를 대상으로 위험성평가 기반의 컨설팅 활동을 지원하고, 중대사고 발생 시 유사사고 방지를 위해 사고원인에 대해 신속히 관내 현장에 전파해 공유할 방침이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지자체 및 민간재해예방기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

-서울지역 서비스업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제언

▲서울지역의 서비스업 사업장수(50만 4,496개소)는 전체의 84%를 차지, 사고사망자수는 28%(24명)로 건설업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세부업종별로는 건물관리업 25%(6명), 사업서비스업, 도소매업, 음식 및 숙박업이 각각 12.5%(3명)로 4대 다발업종이다. 기인물로는 바닥 및 지표면에 의한 넘어짐(6명), 계단 및 사다리(5명), 단부 및 개구부(2명) 순으로 이에 특화된 사고 예방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광역본부는 서비스업 사고사망 다발 4대 업종(Focus 4)에 대한 대면교육 상시 운영, 해당 업종의 특성을 반영한 ‘서울형 체계구축 가이드’를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상생협력사업 추진 시 해당 업종에 모기업 가점 부여 등을 통해 핵심 타깃 관리를 강화하기도 할 예정이다.

또한 산업재해·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역·업종·기인물별로 위험 요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업 위험지도’를 통해 전담 관리를 실시한다.

서울광역본부 관할 9개 구를 사고사망 발생 위험도에 따라 3단계(고·중·저위험)로 분리하고, 고위험군인 강남구와 서초구는 전담 관리 2개조로 구성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역별 전담 관리 시 이동식 사다리 보유현황 및 작업실태 전수조사를 병행하는 등 다발 지역, 업종, 기인물에 대한 집중관리를 실시해 서비스업 사고사망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시행에 따라 새롭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부여받게 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국 기준 83만 7,000여 개소, 서울·강원지역은 16만 9,000여 개소에 달한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가 어렵고 안전의식이 낮은 영세·중소 사업장에서는 법 적용에 따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정보와 준비가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은 중대법 전면에 시행에 따라 서울광역권역 내 50인 미만 사업장 약 2,500개소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은 위험성평가를 포함한 사업장에 특화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30인 이상 사업장도 일정 자부담 비용을 지불하면 교육 가능하다.

앞서 공단은 지난 1월 29일부터 고용노동부와 함께 전국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추진하고 있다.

대진단은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사업장의 안전수준을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컨설팅, 재정지원 및 안전보건교육 등의 맞춤형 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사업이다.

서울광역본부에서는 산업안전대진단 상담센터 운영 및 산업단지로 찾아가는 산업안전 대진단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업장이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산업안전 대진단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서울광역본부는 산업안전 대진단이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 내비게이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전 직원에게 공단 최초로 매뉴얼을 보급했다. 주요 내용은 산업안전 대진단 내용 및 방법, 자가진단표 작성 안내, 정부지원사업 주요내용 및 지원조건 등으로 사업장에서 궁금해 하는 부분을 적기에 원스톱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다. 또한, 산업안전 대진단이 중소규모 사업장에게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적극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고광재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장. 사진=이수재 실장.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메시지는

▲‘안전보건에는 지름길이 없다’라는 말처럼, 안전은 타협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닌 절대 가치의 문제로, 형식적인 안전을 벗어나 진짜 안전을 위한 행동과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산업현장에서는 바빠서, 혹은 비용의 문제를 이유로 산재예방활동을 소홀히 하다 사고가 발생하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안전을 돈과 바꾼다는 생각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후진국적인 생각이다.

사업주와 기업이 산업재해 위험의 근원적인 생산자로 산재예방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작업자 또한 개인보호구 착용과 안전수칙 준수를 생활화하는 등 모든 구성원이 원칙과 기본을 지켜야만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광역본부도 서울·강원지역 사업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지원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