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목적 분양시장 재편에 청약시장 판도 바뀔까
실거주 목적 분양시장 재편에 청약시장 판도 바뀔까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4.03.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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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3.5%로 9차례 동결… 高분양가 高이자 영향 실거주 위주 청약시장 재편 장기화 전망
이제는 투자에서 거주 목적의 아파트·실거주 수요 선호 아파트 ‘옥석 가리기’ 예상
문화자이SKVIEW 조감도.
문화자이SKVIEW 조감도.

고금리의 장기화와 분양가 상승의 맞물림이 지속되며 청약 시 1순위로 여겨지던 프리미엄을 제치고 실거주성을 최우선 순위로 평가하는 현상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2024년 2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당 536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472만8000원) 대비 13.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분양가와 상승폭은 더 높고 가파르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당 분양가가 약 1145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922만6000원)와 비교해 24.18% 상승했고, 수도권의 2월 평균 분양가는 2506만원으로 1년 전(2153만원)과 비교해 20.02%나 급등했다.

반면 수요자들의 소득은 아파트값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약 502만4000원으로 전년 동분기(483만4000원) 대비 3.9% 상승에 그친 것이다.

다수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치 상승을 주요 목적으로 부동산을 바라볼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는 이유다.

이렇다보니 청약 시장 역시 실수요 위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다수 투자 수요가 빠져나가고 실거주를 위한 한 채를 원하는 수요층이 주로 남아 주거의 본질, 즉 정주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높은 실거주성을 찾아 옥석을 가리는 수요자들에게는 대단지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지가 클수록 커뮤니티 특화 등에 유리하기 때문에 여가생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다. 관리비 절감 등으로 고정 지출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커뮤니티에 대한 선호 증가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부동산 트렌트’ 리포트에 따르면 수요자가 거주하고 싶은 주택 특화 유형 가운데 커뮤니티를 선택한 비율이 지난 2021년 19%에서 지난해 27%로 2년 간 42% 증가한 것이다.

최근 인천에서 분양한 A아파트와 B아파트는 차량 10분대 거리의 유사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 역세권·학세권 브랜드 단지라는 공통점도 갖췄으나 분양 성적은 확연히 나뉘었다.

A아파트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341세대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334명이 접수, 평균경쟁률 3.91대 1로 완판에 성공했으나 B아파트는 전 주택형 미달로 다수 세대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단지 규모가 결과를 가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A아파트는 약 1400세대 대단지로 운동시설, 카페, 키즈룸, 골프클럽, 경로당,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독서실 등 전 연령대 이용 가능한 단지 내 시설을 갖춘 반면 B단지는 약 절반의 세대수로 커뮤니티에서 열세였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유사한 입지라면 풍부한 커뮤니티를 갖춘 단지가 더 선호된다는 방증이나 여전히 생활 인프라와 교통·문화 호재 등 주변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 전문가는 “실거주 위주 청약시장 재편을 더 이상 투자처로서 부동산이 기능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안된다”며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제든 호황기가 도래할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 내 대단지를 찾아 청약하는 등 미래가치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