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김숙영 회장 인터뷰
[창립 30주년]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김숙영 회장 인터뷰
  • 신용승 기자
  • 승인 2024.03.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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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관리자 선임 업종 확대, 적정인원 배치, 고용 안정화 시급합니다”
근로자 천 명당 보건관리자 1명 이상 배치 필수
건강 파수꾼 역할 담당,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 추구’
중처법 확대…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보 일익
마음건강서포터즈단 운영, 근로자 ‘게이트키퍼’ 역할 수행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김숙영 회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보건관리자 적정인원 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이수재 실장 kld@ikld.kr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 건강과 안전확보를 위해 보건관리자 적정인원 배치, 역할 확대가 빠른 시일 내 이뤄져야 합니다.”

근로자들의 건강 파수꾼이 되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김숙영 회장의 제언이다.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직업건강협회는 전국 8,000여명의 보건관리자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대한민국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됨에 따라 근로자수 50인 미만,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도 중대재해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형과 최대 1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건관리자들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진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본보는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김숙영 회장을 만나 근로자 직업건강 향상을 위한 고견을 들어본다.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주요 기능 및 역할.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는 근로자 건강증진을 도모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4년에 설립된 고용노동부 소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서울에 본부와 교육센터가 있고, 전국 22개 보건안전센터, 5개 근로자 건강센터, 연구소, 금연지원센터, 마음건강힐링센터를 운영 중이며 근로자의 건강증진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회는 ‘근로자들의 건강 파수꾼’인 사업장 보건관리자들의 조직으로 전국 9개 지부, 20개 지회 소속의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의료기관, 보건관리전문기관에 근무하는 보건관리자로 구성돼 있다.

-근로자 안전보건 향상을 위한 협회의 노력은.

▲협회의 미션은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최고의 직업건강전문기관’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취약계층 근로자의 안전보건 강화’, ‘보건관리자 역량 강화 및 근무 여건 개선’ 등을 노력하고 있다.

취약계층 근로자의 안전보건 강화를 위해 전국 22개 보건안전센터에서 소규모사업장 보건관리 기술지원 사업을 수행 중이다. 이 사업은 근로자 50인 미만 소규모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장마다 기업 자율적으로 유해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안전보건체계구축 컨설팅, 보건진단, 근골격계부담작업 유해요인조사, 다양한 건강증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관리자 역량 강화를 위해 직무교육, 전문화교육, 월례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회원들이 우수사례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우수사례발표대회, 멘토링 대회, 학술대회, 해외 산업시찰 등도 진행한다. 이 밖에도 회원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웹진을 발간하고, 밴드, 업종별 단체카톡방 등 소통 채널을 운영 중이다.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관계자가 비대면으로 보건관리자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가 한창 유행했던 2021년 보건관리자 교육을 비대면으로 전환, 현장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회원들의 애로사항을 발 빠르게 해결했다.

비대면 교육 특성상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없어 수강생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고 현재까지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2,400여명의 인원이 비대면 교육을 통한 보건관리자 교육에 참여했다.

안전보건 문화조성을 위해 감정노동자 보호 사업을 실시,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 보호 조항이 신설되는데 기여했고 2022년부터는 ‘직장인 마음건강·상호존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갑질, 자살 등 요즘 대두되고 있는 근로자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 안전보건공단과 마음건강서포터즈단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회원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직장 내 MZ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협회는 지난해 서포터즈단을 운영하며 보건관리자를 생명지킴이 교육 강사로 양성, 사업장 내 근로자 게이트키퍼 역할과 상호존중교육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2024년에는 이러한 활동을 더욱 강화해 우리 사회에 안전보건 문화와 상호존중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

-보건관리자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

▲‘근로자 건강 파수꾼’인 보건관리자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보건관리자 선임 업종 확대, 적정인원 배치, 고용 안정화가 시급하다. 현재 사업지원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은 보건관리자 선임 대상 업종에서 제외돼 있는 실정이다. 보건관리자 선임 업종을 전 업종으로 확대, 근로자 수 대비 적정인원의 보건관리자가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만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서비스업의 경우 근로자 4,999명까지는 보건관리자 한 명이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 명이 이렇게 많은 인원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997년 IMF 시절 기업들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보건관리자를 전담으로 둬야하는 의무를 없애버렸다.

하지만 협회 제도개선위원회는 노력 끝에 다시 이를 원복 시켰고 올해는 근로자 1,000명당 보건관리자 1명이 배치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변경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관리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는 위험성 평가에 관한 보좌 및 지도·조언, 사업장 보건교육계획의 수립, 가벼운 부상에 대한 치료, 응급처치 등 전문적인 업무를 포함해 14가지로 다양하다.

이에 근로자 수 1,000명당 보건관리자 1명 수준으로 배치되는 것이 적정하며 아직도 많은 보건관리자가 계약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과 동일한 보건관리자라도 면허 종류, 성별에 따라 차별을 받는 점들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는 회원을 대상으로 CPR 체험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김숙영 회장. 사진=이수재 실장 kld@ikld.kr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됐다.

▲ 2022년 중처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장 보건관리자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각 기업들이 안전보건 조직 인력 예산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관심을 갖게된건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이 중대재해 사전예방보다는 로펌소속 법률가들을 고용해 사후대응에 초점을 둬 아쉬운 부분도 크다.

지난 1월 27일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돼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미만 현장에서도 중대재해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형과 최대 1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입장에서 중처법 확대 적용으로 사업장 안전보건 체계가 구축되고 강화되는 것은 찬성이지만, 소규모사업장의 경우 아직 취약하기 때문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규모사업장 사업주, 근로자가 산업안전보건체계의 중요성을 인식,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환경을 갖출수 있도록 홍보, 교육, 기술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지원없이 법이 너무 엄격하게 적용될 경우 회사가 없어지고 근로자는 직장을 잃는 등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사업주는 나의 가족이 내 사업장에서 일해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체계를 갖추도록 노력하고 이를 위해 보건관리자가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지원이 이뤄져야만 한다.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 창립 30주년 기념 메시지.

▲1994년 작은 오피스텔 한 칸에서 직원 한 명으로 시작했던 협회가 어느덧 큰 성장을 이뤄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30년을 되짚어 보면 한 해 한 해 가슴 벅찬 나날들이었고 이제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고자 한다.

첫째, 직업건강협회의 브랜드 가치를 확고히 하겠다.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최고의 직업건강전문기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둘째, 근로자에 대한 돌봄을 강화하겠다. 근로자 건강 파수꾼으로서 건강과 안전 돌봄에 힘쓰겠다.

셋째, 우리 회원과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회원 간, 직원 간 더 많이 교류하며 힘을 얻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건강한 근로자,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의 노력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협회는 근로자의 신체적 질환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실질적인 건강 파수꾼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산업보건분야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전문적인 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