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업무추진비 ‘0원’ 식물(?) 고양시···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 몫
[기자리뷰] 업무추진비 ‘0원’ 식물(?) 고양시···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 몫
  • 김경현 기자
  • 승인 2024.02.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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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현 경기북부취재본부장
김경현 경기북부취재본부장

[국토일보 김경현 기자] 2023년을 준예산 체제로 시작했던 경기 고양특례시가 2024년은 업무추진비 ‘0원’이라는 해괴한 상황으로 시작해 1개월 반이 지났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고양시에서만 유독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집행부는 물론 시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그런 탓에 시민들은 고양시를 ‘식물인간’에 비유할 정도입니다.

그 발단은 민선8기 출범 첫해인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17대17 동수로 시작한 고양특례시의회는 팽팽한 줄다리기로 원구성이 늦어져 한 달가량 늦게 개원했고, 민주당은 사사건건 국민의힘 소속 이동환 시장 발목을 잡았습니다. 툭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와 시장 사과를 요구하며 파행을 거듭하기 일쑤였으니까요.

거기다 시장과 같은 당 소속 김영식 의장의 이해할 수 없는 의회 운영으로 야당 시의원들이 연말 등원을 거부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2023년을 준예산 체제로 시작해 예산을 심의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집행부 업무추진비 90%를 삭감했습니다. 다행히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복구됐지만, 소모적 정쟁으로 행정력이 낭비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연말 들어 2024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집행부가 시의회 업무추진비를 90% 삭감해 상정하는 촌극이 벌어졌고, 이에 반발한 시의회는 의회와 집행부 모든 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하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 것입니다. 되짚어보면 결과적으로 시의회와 집행부 양자 모두 치킨게임을 한 꼴로, 그 어디에도 시민은 없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해괴하고도 유치한 싸움으로 시작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고양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44개 일선 동과 3개 구청은 내방하는 시민에게 따뜻한 차 한 잔 내놓을 수 없어 외상 거래를 하는 형편이고, 집행부 또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 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으며, 시청 인근 자영업자들까지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총선 출마로 공석이었던 비서실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긍정적인 소식이 들린다는 것입니다. 신임 비서실장이 여야 시의원들 모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읍소(?)했고, 시의원 전원과 이동환 시장이 지난주 만찬을 함께했다고 하는데요.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이 시장과 시의원들(특히 민주당) 간에 모종의 물꼬가 트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금명간 임시회를 열어 추경(업무추진비)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집행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시의원들이 추경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만약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된다면, 민주당은 고양시 지역 총선에서 화를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지역 발전’ ‘시민 행복’ 등등을 내세우며 다수의 민주당 예비후보가 총선을 향해 뛰고 있는데,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업무추진비로 인한 시민 불편을 외면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총선을 위해 당장의 효과를 노리려다 ‘지역 발전 저해’ ‘시민 불편 가중’을 초래하는 것이고, 고양시민들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요. 

더해 김영식 의장도 지금이야말로 리더십을 발휘해 시의원들 뜻을 모으고, 집행부와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할 때입니다. 말로만 ‘협치’를 부르짖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협치는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입에 베인 번지르르한 말만 늘어놓는 것은 그저 우쭐대며 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지난 시절 이동환 시장 지역구에서 시의원을 했던 앙금으로 ‘의장은 시장과 동급’이라는 권위적 발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업무추진비로 인한 시민들 불편 해소를 위해 의장으로서 제 직분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해야 4개월 반 정도 남은 임기를 마치고 평의원으로 돌아갔을 때 세간의 웃음거리를 피할 수 있을 겁니다. 

빠른 시일 내에 고양시의회 추경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 반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만큼 대(對) 시민, 대(對) 기관과 업무 추진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업무추진비 복구에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지금이야말로 고양시와 시의회, 국민의힘과 민주당, 이동환 시장과 시의원들 모두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