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마리아 여사와 안중근 의사
조 마리아 여사와 안중근 의사
  • 김광년 기자
  • 승인 2024.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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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김광년 기자) 2월14일, 올해에도 변함없이 도하 매체는 ‘발렌타이데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며 선남선녀의 가슴에 불을 댕기고 또한 남녀 간의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야릇한 뉴스가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그런데 기자의 가슴은 아침부터 먹먹하다.

1910년 2월14일은 안중근 의사가 일본 법정의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껏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 왔는지... 잘난 척 하며 자유. 민족. 역사를 가볍게 떠들어 댄 김광년 기자의 지난 삶이 또 부끄럽다.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발레타인데인지 화이트데인지 하며 초코렛 주고받고 아름다운 사랑 만들자고 온통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어갈 때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는 저들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다.

나라를 구하려다 국권을 찬탈한 일본으로부터 받은 죽음이다.

그 어머니는 과연 어떠한 행동을 했는가! 이 시점에서 과연 그 어미, 조 마리아 여사를 기억하는 대한국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 어미는 “당당히 죽음으로 맞서라” 며 호령했던 우리의 슬픈 역사앞에서 저절로 숙연해짐은 물론 가슴속 깊이 뜨거운 불길이 솟아 오른다.

조마리아 여사!

그 동안 간간히 들어왔던 얘기... 대충 알고 있었던 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치부했던 우리들 모두 역사의 죄인이다.

왜 아무 생각없이 그냥 스쳐 보냈을까. 나 자신은 물론 대한국민 전체가 늘 편리함에 젖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나 스스로 사죄한다. 이울러 한국인 모두 이 두 분에게 숨길 수 없는 역사의 중심에서 정당한 반성을 해야 한다.

우리는 안 의사에 대한 국민의 도리를 지키고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단 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조 마리아 여사의 숭고한 민족자존에 대한 역사의 숨결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이국땅에서 조선인의 자긍심과 의혈심을 보여준 31살 청년, 안중근 의사.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그의 한 많은 삶을 무엇으로 감싸줄 수 있을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애국심과 투철한 독립정신에서 잉태한 구국의사와 그 어미의 무서운 정신.

감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가슴 찢어지는 편지내용, 조 여사는 모든 것을 이긴 역사속 최고 인물이다.

다음은 안중근의사가 사형선고를 받고 옥중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그 시간에 조 마리아 여사가 보낸 편지 내용이다.

* 죽음을 앞둔 아들에게 *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어미는 살아서 너와

상봉하기를 기다리지 않노라.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망설이지 말고 죽으라.

 

아 ... ...

이것이 정녕 자식 죽음을 앞둔 어머니가 쓴 편지가 맞는가.

어찌 어미가 ... 이토록 모진 편지를 보낼 수 있는가 가슴이 터질 듯 서러움과 슬픔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대한민국 반만년 역사에서 훌륭한 여성은 많다.

그러나 역사의 중심에서 이 보다 더한 인물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2월14일, 최소한 이날만큼은 안중근 의사와 조 마리아 여사께 올리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 우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김광년 / knk@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