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문건설업계 97% 무방비 상태”
50인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문건설업계 97% 무방비 상태”
  • 김현재 기자
  • 승인 2024.01.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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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지난 27일 확대 적용

尹 대통령 “생존 위협 영세기업에 필요한 지원 강구하라”
중소건설사 “현장 사고 시 문 닫아ⵈ 규제 개선·지원책 필요”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한 중대처벌법이 본격 시행, 전문건설업계 어려움이 현실화 됐다.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한 중대처벌법이 본격 시행, 전문건설업계 어려움이 현실화 됐다.

[국토일보 김현재 기자]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유예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국 83만7,000개 영세·중소기업들은 법 시행 초기 사고가 발생하면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전국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중처법이 전면 시행됐다.

2022년 1월에 시행된 중처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앞으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처법이 적용됨에 따라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영세기업 특성상 대표가 경영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어 중대재해로 대표가 처벌받을 시 폐업뿐 아니라 일자리 축소로 인한 근로자 피해 등을 우려하며 적용유예를 호소했지만 결국 시행되고 말았다.

중처법 대상이 되는 영세·중소 건설사 대부분은 해당 법을 이행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전문건설사 781곳 대상 설문 조사를 한 결과 96.8%가 법 시행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중처법 시행 이후 중소건설업계는 법 적용에 대비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열악한 인력·예산 여건으로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법이 확대 적용되게 되면 건설기업 중 99%가 넘는 중소건설기업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범법자가 양산되고 기업의 존립은 물론 소속 종사자의 생계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대통령과 노동부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처법 유예’가 불발된 데 대해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민생 경제를 도외시한 야당의 무책임한 행위”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등 정부의 모든 관계 부처에 “중처법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라”며 “특히 생존의 위협을 받는 영세 기업들에게 필요한 지원 조치를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현장에서는 83만7,000개 영세·중소기업의 열악한 여건과 부족한 준비 상황,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800만 근로자의 고용과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개정안을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해왔다”며 “정부가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일은 50인 미만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도록 가용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최대한 신속하고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지만 정부는 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 사업장은 처벌이 아니라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결국 운이 안 좋으면 구속당하는 것이며 소규모의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중소 건설업체들이 제대로 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규제 개선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