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정비사업 표준계약서 마련··· “공사비 세부내역 공개”
국토부, 정비사업 표준계약서 마련··· “공사비 세부내역 공개”
  • 김현재 기자
  • 승인 2024.01.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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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국토일보 김현재 기자] 정부가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정비조합과 시공사가 공사계약을 체결할 때 활용하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지자체와 관련 협회 등에 배포한다고 어제(23일) 밝혔다. 전국 단위의 표준계약서 배포는 2010년 건설교통부 표준계약서 폐지 후 14년 만이다.

이번에 배포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 주요 내용은 ▲공사비 산출 근거 명확화 ▲설계변경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기준 마련 등이다. 최근 많은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총액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비 세부 구성 내용이 없어 향후 설계변경 등으로 시공사가 증액을 요구할 때 조합은 해당 금액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정비사업 공사 중단 등 분쟁의 원인이 돼 왔다.

이에 시공사가 제안하는 공사비 총액을 바탕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되 선정 후 계약 체결 전까지 시공사가 세부 산출내역서를 제출토록 하고 이를 첨부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공사비 근거를 명확히 해 분쟁 소지를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조합이 기본설계 도면을 제공해야 시공사의 산출내역서 제출이 가능하다. 조합이 도면을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시공사가 입찰 제안할 때 품질사양서를 제출토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계약한다.

아울러 다수의 계약서에서 설계변경 시 단순협의를 거쳐 공사비를 조정하도록 했다. 앞으로는 설계변경 사유나 신규로 추가되는 자재인지 등에 따라 공사비 조정기준을 세부적으로 포함함으로써, 원활한 공사비 조정을 유도한다.

물가변동률도 공사비에 반영토록 한다. 그동안 다수의 정비사업에서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위해 기존 공사비에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을 적용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음식이나 의류 등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의 물가를 나타내는 지수로 건설공사 물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있었다.

이에 국가계약법에 따른 지수조정률 방식 등을 활용해 물가 변동을 반영하도록 하는 등 공사비에 대한 물가 반영 방식을 현실화한다. 지수조정률 방식은 당사자 간 합의 시 예외적으로 건설공사비지수 변동률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사비에서 간접공사비·관리비·이윤을 제외한 직접공사비에만 적용해야 한다.

특히 착공 이후에는 물가 변동을 반영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착공 이후에도 특정 자잿값이 급등하는 경우 물가를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해 공사비 급등에 따른 현실적 부담이 고려되도록 했다.

이 밖에 증액 소요가 큰 굴착공사 시 지질 상태가 기존 지질조사서와 달라 시공사가 증액을 요청하는 경우 증빙서류를 감리 담당자에게 검증받은 후 증액할 수 있도록 규정해 과도한 증액 요구를 방지하도록 했다.

박용선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가 마련돼 그동안 내용이 모호하거나 일방에 다소 불리해 분쟁이 많았던 계약사항들로 인한 분쟁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함께 밀착관리 해나가면서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분쟁조정위원회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법개정 필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