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뷰] 거꾸로 달리는‘지방계약법’
[전문기자 리뷰] 거꾸로 달리는‘지방계약법’
  • 하종숙 기자
  • 승인 2024.01.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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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하종숙 기자] 갑진년 새해 벽두부터 건설엔지니어링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기준을 크게 강화, 업체 존폐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 행안부가 업계와의 소통이 아닌 불통으로 일관, 일방통행으로 밀어부쳐 윤 정부 ‘무소불위(無所不爲) 행정안전부’라는 지탄의 대상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행안부는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부실 감리·설계업체에 대한 입찰참가제한을 위해 ▲부실감리시 입찰참가 제한-현행 2-4개월에서 ‘5-7개월, 11개월 이상 1년1개월 미만’ 등 상향 ▲부실설계시 입찰참가 제한-‘5-7개월 미만, 11-13개월, 2-4개월’ 3건 신설 등을 각각 예고했다.

이에따라 감리부문은 ▲부당한 시공에 대해 감리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자는 현행 2-4개월에서 11개월-1년1개월로 ▲부정한 시공에 대해 감리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자는 현행 2-4개월에서 5-7개월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또한 설계부문에서는 3건이 신설됐다. 시설물의 주요구조부 등이 부실설계로 인해 붕괴돼 ‘산업안전보건법 제2호’에 따른 중대재해를 야기한 자(11개월 이상 1년1개월 미만), 시설물의 주요구조부 등이 부실설계로 인해 시설물 붕괴를 야기한 자(5개월 이상 7개월 미만), 시설물의 주요구조부 등이 부실설계로 인해 시설물의 보강을 야기한 자(2개월 이상 4개월 미만) 등 3건이 신설된 것.

건설엔지니어링업체들은 이미 건설기술진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처벌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안부의 이번 규제 강화는 관련업계를 아사 위기로 몰아넣는 사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1년1개월 입찰 참가자격 제한은 사실상 업체 문을 닫으라는 소리다. 무엇보다도 부정당업자 지정시 공공입찰 전체 올스톱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야기, 궁극적으로 폐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뿐만아니라 건설엔지니어링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LH사태 등 크고 작은 사건으로 건설부실 근절은 물론 건설안전 강화가 대두,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행안부의 의지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강력한 제제만을 내세운 이같은 조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엇박자 일 뿐만아니라 행안부 실적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심사를 하고 벌점 부과는 국토부가 해야 하는 구조이고 보면 행안부가 컨트롤하는 이른바 책임은 없고 권한만 휘두르는 권력 남용이란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 지원 및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역 건설업체 우대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페이퍼컴퍼니 근절, 건설기술 변별력 확보, 발주처의 책임의식 확대 등 업계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탁상행정이 아닌 현실에 부합한 행정 처리가 촉구되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