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건축구조 분리발주
[전문기자리뷰] 건축구조 분리발주
  • 이경옥 기자
  • 승인 2023.11.24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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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건축구조 분리발주가 뜨거운 감자다.

건축물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 건축사와 구조기술사의 계약 관계에 대한 법안이 나와 시끄럽다.

대한건축사협회·한국건축가협회·새건축사협의회·한국여성건축가협회·한국건축설계학회·서울건축포럼은 최근 건축구조 분리발주를 골자로 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4658)에 대해 공동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건축단체가 반대하는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건축물의 설계 및 공사 감리 시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구조 분야 설계와 감리를 별도 계약(분리발주)하도록 하고,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 업무의 대행을 건축구조 분야 기술사사무소를 개설등록한 자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 발의의 목적은 건축물 안전을 위한 것인데, 현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성급히 낸 법안이라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무엇보다 사실상 ‘안전’을 위한 법은 아니고, 업역에 대한 법이라는 점에서부터 다툼을 야기했다.

건축단체가 건축구조 분리발주를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설계와 구조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업무에서 불편함은 물론 책임 소지 등이 불분명해질 것을 우려한다.

건축설계를 오래 해왔던 한 관계자는 “당장 분리발주를 하면, 기존에 손발이 맞아서 함께 일하던 구조팀과 함께 발주를 받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 같다”며 “설계 단계에서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싶고, 아마 서로 답답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 파트는 건축 설계안 기다리는 게 일이고, 수정돼 넘어오는 것을 기다리는 게 일이었는데 분리가 된다 해도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당장 분리발주가 되면 건축주는 건축사에게 일을 맡기던 체제에서 직접 설계 따로 구조 따로 일을 맡겨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건축사가 설계를 수주해서 구조사무실을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챙겨야 할 일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때 비용은 어떻게 바뀔까. 늘어날까. 줄어들까.

이 법에 대한 쟁점은 아마 겉으론 ‘안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대가’ 문제일 수 있다.

설계와 구조 분야에서 제대로 된 대가를 받는 시스템으로 바뀐다면, 모두가 환영할 법이 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구조 분야에서 원하는 것은 ‘대가’일 것”이라며 “건축설계단가 역시 1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시점에서, 구조 역시 분리발주를 통해 대가를 더 올리는 것에 큰 의미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관계자는 “구조 분야에서는 분리발주를 통해 업역을 확대하고, 감리 분야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이 목적일 것”이라고도 했다.

법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부터 생각해보면 해답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설계·구조 분야의 합당한 대가 기준, 건축과 구조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 마련, 감리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