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이 우선이다
[기고]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이 우선이다
  • 국토일보
  • 승인 2023.11.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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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호 실장/국토안전관리원 건축시설관리실
석 인 호 실장
석 인 호 실장

효율적인 건축물 관리와 해체공사의 안전을 위해 2020년 5월 ‘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이듬해 6월 광주광역시에서 해체 중이던 건축물이 붕괴, 9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잠을 일깨워 주었다.

이 사고는 ‘건축물관리법’ 제정으로 건축물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체계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했다고 자부하던 건설산업 관계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광주 사고를 계기로 해체공사 참여자들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마련됐다.

2022년 8월에는 해체계획서 작성자의 자격, 상주 감리, 공사중 해체계획 변경 허가제도 등과 관련한 제도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조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을만하면 해체공사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해체공사 자체를 ‘위험한 공사’로 여기는 업계의 인식도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해체공사 도중의 벽체 전도, 지붕 붕괴, 도로 측 울타리 전도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고도 여전하다. 이처럼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데도 불구하고 해체공사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바를 토대로 답변을 떠올려 보고자 한다.

첫째는 ‘절차의 불편함’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현재 건축물 해체공사는 인허가에서부터 완료까지의 절차를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신고 대상인 소규모 해체공사라 해도 해체계획서 준비에 필요한 노력은 허가 대상인 공사와 큰 차이가 없다. 신고 대상이나 허가 대상 모두 가시설물 등에 대한 구조검토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도록 하는 등 절차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엄격한 규정에 대해서는 “새 건물을 지으려고 쓰지 못하는 건물을 철거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등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 탓에 안전을 위한 투자는 결국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 부처나 관계 기관도 해체공사의 내용을 고려한 합리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해체공사의 크기에 따라 안전을 차등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세밀한 고려 없이 섣불리 제도를 완화했다가 상황이 과거로 회기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익숙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포기는 한순간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예외’를 바라기보다는 안전을 위해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건설현장에서 안전모 착용에 익숙해지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떠올려보면 그러한 관심과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들 느끼게 된다. 따라서 번거롭고 까다롭다는 이유로 안전한 해체공사를 위한 노력이 의미 없다고 여기는 것은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해체공사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경험에 의존하는 공사 관리 방식’이다.

국토안전관리원에 검토 의뢰되는 해체계획서, 현장점검을 통해 파악하는 해체계획 관련 인식 등을 살펴보면 ‘해체계획서는 지킬 수 없는 절차일 뿐’이라 위험한 인식이 자주 느껴진다. 이것은 ‘과거의 경험’에 의존한 공사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간의 해체방식이 안전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전에 투입해야 할 시간과 노력을 회피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정해진 절차와 규정은 안전을 위해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이라는 인식으로 공들여 준비한 해체계획서를 이행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세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해체(철거)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건축물 해체 때 들이는 노력과 관심은 신축 때에 비해 너무나 낮은 수준인 게 오랜 현실이다. 이는 신축은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해체는 소모성 행위로 여기는 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해서는 신축과 해체에 결코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해체공사 안전확보’가 가능해진다.

사고가 발생하기까지는 여러 차례의 사전 경고성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면서 안전한 해체공사를 다시 한번 다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공들여 쌓은 탑은 해체할 때도 공을 들여야 안전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안전을 위해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해나가야 ‘안전한 대한민국’도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